여차여차
곽호 썰, 소설 올리는 블로그 @tarack_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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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재 완 결 단 편 기 타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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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눈 마주쳤는데 곽건화가 눈 찌푸렸어.

뭐하자는 거야. 왜 날 보고 눈을 찌푸려? 예의상 인사는 좀 하려고 했는데 기분이 더러워져서 방을 알려주자마자 그냥 들어와 버렸다. 동그란 잠금장치를 꾹 눌러도 성질이 뻗치는 걸 참을 수가 없다.

지가 오라고 했지, 언제 내가 들여보내달라고 사정했어? 어이가 없어. 흥. 바닥에 가방을 대충 내려놓고 방구석에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를 켜고 그 앞에 앉았다. 대충 청소를 해둔건지 방 안은 깨끗했다. 바닥에 요도 깔려있고, 베개도 있고, 덮을 이불은 없지만. 제일 웃기면서 어이가 없는 부분은 누가 봐도 곽건화는 전혀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좌식 책상이었다. 자기 방에도 책상 있는데 이게 왜 여기 있대. 완전 새 거 같은데. 혹시나 곽건화가 새로 산걸까 싶긴 한데, 아. 길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형이 덜 밉다고 해도 형에 대한 마음을 이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포기할래. 저런 겁쟁이 인간을 계속 좋아하기엔 후거의 마음은 그리 단단하지 않다. 사실은 지금도 톡-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상태였다. 풀로, 실로, 억지로 붙이고 기워서 겨우 버텨내고 있지만 오래는 못 갈 것 같아.


새것 티가 물씬 나는 앉은뱅이책상 위로 가방을 옮기고, 가방 속 책을 하릴 없이 뒤적이다 휴대폰을 켠다. 여전히 통화내역에 엄마와 아빠는 없다. 물끄러미 화면을 보다 눈가를 비비곤 가방 속 충전기를 꺼내 충전을 하고, 멍하게 앉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없는데 거실에 곽건화가 있을지도 모르니 딱히 나가고 싶진 않아졌다.


이 방 안에서 할 것도 없고. 창밖의 까만 밤이나 좀 보다가, 책을 피고 공부를 하다가, 슬슬 씻고 자야할 시간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문으로 다가가 빼꼼 문을 열어본다. 거실은 어두웠고, 문 바로 앞에 곱게 접혀있는 이불 하나가 놓여있다. 역시나 새것이었다. 멍청이 곽건화. 택은 떼야할 것 아냐. 아니면 나 덮으라고 새로 샀다고 으스대는 거야, 뭐야. 스르륵 끌어 방 안에 놓으면서도 심술 난 후거의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눈치만 엄청 보는 곽건화. 자기 집인데 방문 열어달라고 하면 될 걸. 왜 소심하게 그 앞에 두고 가냐. 멍청이. 바보. 

그래. 그래 뭐 나도 형 얼굴 별로 안 보고 싶었으니까 잘 됐지 뭐. 냉큼 이불을 집어 요 위로 던지곤 거실의 욕실로 향했다. 빨리 씻고 방안에 들어가서 문 잠가버릴 거야.



그리고 정말로 얼른 씻고 나와 문을 잠그고 잠든 후거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곽건화의 얼굴이 보고 싶어 이불 속에서 꿈틀댔다. 휴대폰을 열어 아직 조금 더 늑장을 부려도 되는 시간인 걸 확인하고, 몸을 작게 말아 눈을 감는다. 몇 발자국만 나가면 곽건화가 있다. 어쩌면 당장 문을 열자마자 보일지도 모른다. 형은 나보다 먼저 등교하니까. 


이불 속에 고개를 밀어 넣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오고, 어제 마음 접겠다고 혼자서 다짐한 게 어디로 갔는지 형이 보고 싶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괴감에 몸서리쳐도 어쩔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이불안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으나, 가출을 했더라도 학교는 나가야한다. 무거운 몸을 움직여 나오곤,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린다. 여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 가능했다. 가까스로 문을 열자, 맞은편에 보이는 주방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건화를 발견했다. 솔직히 웃음소리가 터질 것 같아서 보자마자 입을 가려야했다. 억지로 입을 틀어막고 올라가려는 광대뼈도 겨우 사수했다. 곽건화 아침 먹는 것도 귀찮다고 굶고 나오는 걸 내가 다 아는데, 웬 아침밥 하는 척이야.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다는 건가. 하지만 웃기는 건 웃기는 거고, 고작 이런 것에 마음이 풀릴 일은 없다. 후거는 애써 뚱한 표정을 짓고 문을 탁- 세게 닫았다. 팬 위에 달걀을 떨어뜨리던 건화는 문소리에 어깨를 움찔대곤 몸을 돌렸다. 고개만 그저 까딱 하면 되는 걸, 어색하게 온 몸을 젖히면서.


“일어났어?”

“어.”


그리고 역시나 표정 그대로 무뚝뚝하게 대꾸하고 쪼르륵 욕실로 달려가자, 아직도 냉랭한 후거의 반응에 건화의 표정도 어둡다. 하지만 이정돈 당연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거기다 나는 아직도 후거의 말대로 겁쟁이라, 제대로 된 사과도 못했으니까.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리고 그게 후거를 더 화나게 할까봐 무서웠다.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는 프라이를 넋 놓고 보다 고개를 저어 흔들곤 소금을 찾아 싱크대를 열었다. 아주 잠깐 한눈을 팔았다고 생각했는데, 소금을 찾아 뿌리려고 팬 위를 보자마자 가장자리가 새카맣게 탄 계란프라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아...”


이래서 못 먹겠는데.

미련 없이 팬을 들어 싱크대에 타버린 프라이는 버리고 새 계란을 꺼내왔다. 문득, 지금 처해진 상황이 이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괜찮을 거라고 잠깐 방심했는데, 돌이킬 수 없게 일이 커졌다. 가장 쉬운 방법은 포기하고 버리는 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 머릿속의 흐름이 그렇게 빠지게 되자, 건화는 개수대에 빠져버린 계란 프라이가 거슬린다. 아냐. 아니야. 삶은 아침식사처럼 간단하지 않다. 물론, 후거와의 아침식사는 작은 것 하나도 쉬운 게 없겠지만.


누가 훔쳐볼 새라 후다닥 씻고 나오려던 후거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서 얼굴을 보고, 뺨에 뾰루지가 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방금 씻어 축 늘어진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물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을 때 까지 머리의 물기를 닦고 난 후에야 새초롬히 욕실을 빠져나왔다. 그 때 건화는 한참 씨름중이었던 아침을 겨우 끝내 식탁 위에 차렸고, 밖으로 나온 후거를 보자마자 반색했다.


“밥 먹고 가.”

“내가 친한 척 하지 말랬잖아.”

“...그래도 성의를 봐서 먹고 가.”


날 보자마자 웃는 곽건화의 얼굴이 짜증나면서도 아릿해서 못된 말이 툭툭 튀어나간다. 말하고 나서도 아차 싶었고, 실제로 우울해지는 곽건화의 얼굴을 보니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는 이렇게 못되게 굴어도 돼.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데. 이보다 더 못되게 굴어도 돼. 그래서 더 못되게 굴기 위해 형의 말을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후거..” 끝이 흐려지는 형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문을 쾅- 닫았는데, 닫는 순간 가슴 위쪽이 꽉 막히고 답답하다. 형은 나한테 충분히 잘못했고, 여전히 형은 미운데, 형에게 아픈 소리를 하나씩 할 때마다, 그의 배로 후거의 마음도 아팠다. 건화가 후거의 말에 상처받으면 말을 꺼낸 저도 상처받고, 기운 없어 보이는 형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났다.


형이 차려준 아침밥은 손도 대지 않고 평소보다 30분이나 이르게 등교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앉아 참고서를 펼치곤 두 손은 허벅지 위에 두고 멍하게 허공에 눈길을 뒀다. 그날 학교에서 뭘 하고 지냈는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수업을 들어도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없고, 고작해야 기억 나는 거라곤 3학년 건물에 심부름을 갔을 때 청리를 만났던 것이었다. 

교무실을 막 나오던 후거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청리를 보고 놀라 멈칫 굳었고, 청리의 눈이 후거에게 잠깐 닿았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수업이 시작 되어 서늘한 복도 위에 홀로 선 후거는 좀 전의 청리의 눈길을 되짚어 보고야 알았다. 그냥 스쳐지나 본 걸 수도 있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청리가 후거와 건화의 사이를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그리고 최근에 곽건화가 청리와 함께 있는 걸 본적이 없으니 두 사람이 헤어졌을 거라는 것도.


당장 한 달 전만 해도 청리가 미웠는데, 곽건화의 옆에 설 수 있는 청리가 마냥 부럽고 질투했었는데.. 지금은 감히 청리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겠다. 지금에 와서야 후거와 건화가 청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 청리에게만은 후거도 가해자다. 건화만큼 나쁜 사람이었다. 그 앞에서 고개를 들 용기도 나지 않을 정도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고, 후거가 더 후회하는 것은, 본인이 나빴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일들이 생길까.


그렇기에 더더욱 감추고 살고 싶지 않다.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좋아하는 척 하며 가짜 마음을 주고 싶지도 않고... 서로에게 상처일 테니까.


우울한 마음을 겨우 접어두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 계단 난간을 붙잡고 내려가던 때였다. 대체 수업 시작했는데 교실에도 안 들어가고 뭐 한 건지, 곽건화가 느긋하게 올라오고 있다. 덕분에 피할 새도 없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건화도 놀랐는지 눈만 크게 뜨고 올려다보다가, 겉으로도 역력하게 드러나는 후거의 불안한 얼굴을 확인하곤 단번에 계단 두 개를 올라 다가온다. 싫어. 뒤로 주춤하려던 발끝을 애써 붙잡았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곽건화에게 멀어지며 계단을 내려가려 했으나 앞이 막혔다. 건화는 후거의 차갑게 식은 뺨을 만지며 조심스레 묻는다.


“무슨 일 있었어?”

“됐으니까 저리 가.”

“후거, 무슨 일인데?”

“다 너 때문이잖아! 제발 나 좀 놔줘.”

“....”


이러지 말아야지. 나중에 다 후회하니까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면서도, 곽건화 앞에서 자꾸만 못되게 굴게 된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 뒤늦게 마음에 남는데.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한곳에 모여 풀어낼 방법이 없다. 후거는 짜증스레 건화를 밀쳐내곤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후거! 뒤에서 형이 부르던 말던 무시하고 내려가려던 후거는 난간 끝에 걸려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계단에 굴러 떨어질 수도 있던 위기에서 건화가 빠르게 손을 뻗어 붙잡아줘 간신히 모면했으나 다 상관없고, 아무것도 알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고 그냥 혼자 처박혀서 울고 싶다. 팔을 억세게 쥔 손을 쳐냈다. 이번엔 건화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대체 왜 갑자기 우는 거고, 왜 갑자기 안 좋아 보이는지. 여긴 3학년 건물이다. 청리의 반도 바로 이 근처였다. 혹시나 후거가 청리와 만나고 나서 이렇게 변한건지 짐작이 갈 것 같아서. 그래서 더 건화도 후거를 그냥 둘 수가 없다.


“왜 우는데?”

“말 걸지 마.”

“후거.”

“싫다잖아!”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날카롭게 건화의 손등을 긁어내 뿌리쳤다. 그사이 짧게 건화와 눈이 마주쳤다. 후거의 뿌리침에 다소 놀란 모습이었다. 당황해 허공에 뜬 손을 거두지도 못하고, 놀란 얼굴로 후거를 본다. 입술이 떨렸다. 

형을 저렇게까지 놀라게 할 만큼의 일은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울 일도 아니었고. 하지만 후거는 괴로웠다. 청리의 일 하나 때문이 아니다. 한두달간에 순식간에 많은 일들이 후거에게 몰아닥쳤다. 아주 작은 상처 하나만으로도 찢어진 마음은 빠르게 부서져간다. 눈물로 흐린 눈을 일그러뜨리고 황급히, 도망치듯 계단을 마저 내려간다. 그 때는 건화도 붙잡을 수 없었다. 


당혹스러운 마음이 진정 되지 않는다. 벽에 기대선 건화는 한 템포 느리게 창문으로 다가섰다. 막 건물을 빠져나와 1학년 건물로 향하는 후거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울고 있는지 눈가에 손이 닿아있다. 후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손을 들어 후거의 그림자를 따라 허공위에 손짓한다. 명치가 갑갑하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


바로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화장실 제일 끝 칸에서 혼자 한참 울고 난 뒤, 눈물을 닦아내고 빨갛게 상기된 코가 좀 가라앉았을 때 들어갔다. 이미 수업이 시작하고 절반이 지난 뒤였다. 아무리 진정을 좀 하고 들어갔다 한들 얼굴을 자세히 보면 울고 난 흔적이 꽤 남아있었는데, 그걸 보고 그러시는 건지, 아니면 후거가 단순히 우등생이기에 그냥 두시는 건지,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은 별 말 없이 후거를 앉혔다. 그 이후로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겨 빠르게 나선 후거는 바로 건화의 집으로 향했다. 저번처럼 부모님을 보게 될까봐 노심초사 하는 것도 없이 주변을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까칠한 나무벤치가 있는 마당으로 들어서서, 갖고 있는 열쇠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형의 집에서 나올 계획이었다.


뒷일까지 생각할 정신은 없다. 이 집에서 나와야한다. 학교에 안 쓰는 교실에서 혼자 쪼그려 잠을 자야한다고 할지라도, 여기선 안 된다.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 이상 더 많은 일거리들을 끌어안고 싶지 않다. 


바로 본인의 방으로 들어가 가방 속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널브러진 이불도 바로 개어 한쪽에 곱게 두고, 낮은 책상에 두고 간 펜도 집어 필통에 챙긴다. 사용한 티는 아무리 봐줘도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은 새 책상. 가방 속이 터져나갈 듯 짐을 챙기는 것도 멈춘 후거는 본인도 모르게 책상 위를 손으로 훑었다. 서서히 두 눈이 생각 속으로 잠겼다. 



아직 건화와 후거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친구로 지낼 때가 떠올랐다. 고양이는 좋아해도 강아지는 좋아하지 않아서 커다란 대형견인 페페 앞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멀리 떨어져 보기만 하던 후거에게 건화가 페페가 좋아하는 말을 가르쳐줬다. 


“페페.. 우리 산책 갈까?”


한참을 떨어져 긴 몸을 작게 줄여 쪼그려 앉은 후거가 조심스레 묻자, 건화만 올려다보고 있던 페페가 벌떡 일어나 월월-! 후거를 보며 짖었다. 그에 놀라 중심을 잃은 후거의 엉덩이가 잔디밭 위로 쿵- 내려앉았고 놀란 마음 반, 창피한 마음 반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뭐. 뭐. 건화가 놀릴까봐 괜히 아무 말도 없었는데 퉁명스레 굴었고, 건화는 후거의 생각과 달리 놀리는 법이 없다. 페페가 네가 좋나봐. 방금 좋아서 짖은 거야.

형은 꽤 다정한 목소리를 내어 페페를 부른다. “페페. 후거 오빠가 좋아? 후거오빠도 페페가 좋다는데.” 거기다 심지어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꾸며 페페에게 달콤한 말만 해준다. 후거의 입이 삐죽 튀어나오고 두 눈도 뾰족하게 양 옆으로 솟아난다. 엄밀히 따지자면 후거는 페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곽건화의 순위에서 불멸의 0순위인 농구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 다음 순위가 페페일 게 자명해서, 솔직히 유치하지만 질투가 났다. 강아지한테. 말 다 했지 뭐. 창피해서 어디다 꺼내지도 못할 이야기였다.


“만져도 돼. 안 물어.”

“싫어. 무서워.”

“알았어.”


후거오빠는 페페가 무섭대. 앞으론 오빠보고 짖지 말자. 페페의 정수리에 쪽, 입 맞춘 건화는 아래턱 까지 슥슥 쓰다듬으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페페를 본다. 형은 페페가 팔뚝만한 아기 강아지일 때부터 봤다고 했다. 그 정도면 그만한 애정이 있을 수 있다. 안다. 곽건화가 얼마나 동물을 좋아하는지. 그래도 질투가 났다. 나한텐 저런 눈으로 본 적 없으면서. 내 정수리에도 뽀뽀해준 적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질투를 하고 삐져서 고개를 팩 하니 돌리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쳐다본다. 형의 시선이 닿은 게 느껴졌다. 온 몸으로 토라진 티를 내는 게 더 창피할 법도 한데 후거는 숨기지 않았다. 숨길 수가 없었다. 그 때도 형이 너무 좋아서. 차마 좋아한다고 말을 하진 못했지만 내가 질투를 하고 있다 것이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


가끔은. 뇌를 꺼내서 따뜻한 물에 탈탈 헹궈내고 싶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생각들과 기억들은 모조리 개수대로 쏟아 붓고 싶었다. 

가장 힘들 때 행복한 기억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그래서 계속 이미 지난 과거만 자꾸만 들춰보고, 또 들춰보고, 또 꺼내서 보게 되지. 그럴수록 기억은 낡아진다. 어느 순간 바래서 왜곡되기도 한다. 그러기는 싫었다.


따끔한 눈을 감아 문지르고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에 세탁기에 넣은 티셔츠가 떠올랐다. 아직 그대로 있으려나 싶어 세탁실에 가봤는데, 세탁기 안이 텅 비어있다. 빨래 건조대에도 아무 것도 없다. 당황해 혹시나 빨래통에 있는지 확인했는데 몇 가지 수건만 안에 있을 뿐 후거의 회색 티셔츠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 갔지.. 어제 세탁기에 넣었는데 설마 그 사이에 다 빨아서, 널고, 말렸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빠르게 종종 걸어 거실을 모두 확인하지만 여전히 없다. 후거의 방 안에도 없다. 의미 없이 빙빙 거실 안을 돌던 후거는 이윽고 건화의 방문을 보곤 생각에 잠겼다.


안 돼. 안 돼. 들어가면 안 되는데.


굳이 그 곳이 건화의 방이라 그의 프라이버시를 챙겨줘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안에는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 담겨있다. 바래서도 안 되고 왜곡 되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더 이상 형과의 행복했던 일들은 후거를 아프게만 한다.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 때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형을 좋아하는 데에만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없다.


그래서 들어가면 안 된다. 하지만 후거의 티셔츠가 저 방안에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형이 빨래를 해서 개어놓기까지 한 것 같은데. 분명 후거가 알기론 곽건화가 그렇게까지 살림에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어쨌든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건 후거의 옷이었다. 가출한 상황에서 옷 살 여유는 없다. 발을 동동 구르며 방문 앞에서 배회하던 후거는 어쩔 수 없이 형의 방문을 열었다. 조심스레 열어 보니 개다 만 옷들이 침대 위에 널브러져있다. 이럴 줄 알았지. 그래도 널브러진 옷 사이에서 후거의 티셔츠만 혼신의 힘을 다해 개어 놨다. 하나도 안 고마워. 무뚝뚝한 얼굴로 바로 방을 떠나려던 후거의 눈에 무심코 액자 하나가 걸린다. 되짚어보고 싶지 않은 기억 중 하나였다. 액자 속 사진. 그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사진.

그 때 건화는 후거와 찍은 사진을 책상 서랍에 속에 대충 집어넣었었다. 쓰레기통에 버리진 않았지만 후거는 꼭 제 마음이 버려지고 감춰진 것 같아 속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진이 유리 안에 담겨있었다. 잠깐 멈춰 선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무슨 일인지 파악이 힘들다. 온 얼굴을 구긴 후거는 액자를 들어 고개를 까딱였다. 이 인간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걸까. 왜 뒤늦게 이런대. 당장 지금 마음 같아서는 액자를 집어 던지고 싶은데 그 마음과 달리 후거의 손은 혹시 몰라 액자의 나무판을 떼어낸다. 사진은 앞에 끼워진 한 장 밖에 없다. 괜히 들어와서 마음만 더 복잡해졌네. 다시 원래대로 돌릴 기분도 들지 않아 대충 책상 위에 내팽겨쳐놓고 방으로 성큼성큼 돌아왔다. 곱게 개어놓은 옷도 가방 안으로 마구 구겨 넣는다. 곽건화가 이제 와서 후회한다 한들, 내가 거기에 흔들리면 안 된다. 형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이게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지만 자꾸 액자가 마음에 걸린다. 형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다시 거기에 넣었을까. 언제 넣었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짐을 싸던 손도 멈추고 후거의 의식도 한 곳에 멈춘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현실은 한숨 밖에 안 나오는데. 


“하아...”


진짜 한숨 밖에 안 나오네. 곽건화 정말 성질 뻗치게 한다. 대체 전생에 나랑 무슨 연이 엮였기에 나를 이렇게 들고 흔드냐. 잘생겼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온 몸으로 화가 난 걸 표출하며 손에 집히는 대로 와구와구 넣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이 굳었다. 여기에 올 사람은 곽건화 하나 밖에 없고, 역시나 당연히 건화가 안으로 들어오다  멈춰서곤 훤히 열린 방문을 통해 후거를 보다, 눈을 내려 후거가 터질세라 넣고 있는 짐들을 보며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는다. 너, 너 왜?


“나 형이랑 못 지내겠어.”


가타부타 설명 할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는 직설적으로 말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왜. 불편해도 그냥 있어. 부모님 연락 오실 때 까지만..”

“다시 원홍네로 가거나, 차라리 학교에서 자는 게 나아.”

“내가 거슬리게 해서 그래? 아니면 이층으로.. 내가 이층으로 방을 옮길게 그러면..”

“그냥 형이랑 한 집에 있다는 게 너무 힘들어.”


집에 오자마자 보게 된 게 짐 싸서 나가겠다는 후거의 모습이니 건화도 충분히 당황할 만 했다. 건화는 두서없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입술 아래를 만지며 산만한 모습을 보였고 후거는 마지막으로 휴대폰 충전기를 가방 위에 올려 지퍼를 잠갔다. 주우욱- 올라가는 소리에 건화의 심장은 더 초조하게 뛴다.


“더 이상 형한테 나쁜 소리 하기도 싫어. 나도 상처받는단 말이야.”


내가 형한테 미운 소리 하는 게, 나한테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형이 알기나 해? 쏘아 붙이고 싶다. 울며불며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냉정하게 굴기 위해 노력했다. 목소리도 속으로 몇 번이나 가다듬었다.


“....”

“지금 나갈게.”

“아니, 아니 후거.. 잠깐만.”

“잠깐만 없어.”

“제발...”


가방을 들고 벌떡 일어나자, 덜컥 겁이 난 건화가 방 안으로 들어와 후거의 팔을 붙잡는다. 강하게 붙잡지도 못하고 그저 손을 얹은 것이나 다름없다. 충분히 떨쳐낼 수 있지만, 건화의 “제발.” 이라는 말에 후거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있어. 네가 위험하게 집 나와 있는 상황에 내가 어떻게 두 눈을 감고 자.”

“말했지만, 내가 집 나온 거랑 형은 상관없어.”


애절하게 흐르는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리려는 것을 애써 붙잡았다. 일부러 형의 얼굴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보며 말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냉랭하게, 무뚝뚝하게 제대로 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형이 붙잡은 팔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아서 귀로 듣는 법을 잊을 것 같다. 또 형에게 휘말리고 있었다.


“상관없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상관없다한들 네가 위험한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형은 나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나한테 신경을 왜 써.”

“.....”

“이렇게 집에 데려오고, 책상 위에 내 사진 꽂아두고. 그러면 끝나는 거야? 내 마음이 그러면 풀어져?”

“...그걸로 풀어질 거란 생각도 안 했어.”

“아니 형이 무슨 짓을 해도 안 풀어져. 난 이제 형 안 좋아해.”

“.....”


형 이제 안 좋아해.

잠시 숨을 멈춘 건화는 입 안에서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 그 사이에 후거는 벽을 보고 있던 눈을 그에게로 내렸다. 


“형한테 내가 뭔지 모르겠어. 그냥 형 눈앞에만 있으면 되고, 안전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난 건드리면 안 되는 장식품 아니야.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럼 곽건화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

“내 마음 가지고 장난 쳐? 형이 여자 친구 사귀면서 나랑 키스하고, 나랑 지내고, 나한테 했던 것들이 형 여자 친구나 나한테 얼마나 상처 주는 짓이라는 걸 몰라?”


‘네가 먼저 한 거잖아.’

‘남자는 원래 다 그래.’


그 말을 들었던 내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형이 어떻게 알겠어. 당장 지금의 나도 그 때의 그 감정이 온전히 기억나지 않는데.


“.....”


아무 말도 못하는 곽건화가 싫다. 기죽어있는 곽건화도. 우리 둘이서 이렇게 싸우고 틀어지는 것도 싫고,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것도 싫다. 하나같이 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죄책감도 오늘 청리를 보게 된 이후로 그 크기를 키워 등을 돌리고 선다고 모른 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고작 몇 달 전 본인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그 때의 내가 얼마나 이기적으로만 생각했는지.


“..물론.. 나도 물론 잘못했어. 잘못 했는데... 했, 했는데.. 그랬는데...”


울컥한다. 평정심을 찾으려 무던히 애썼지만 시간이 흐르고 목소리를 꺼낼 때마다 감정은 격해졌다. 눈물은 순식간에 눈동자를 적시고 뺨 위로 흘러내리고, 그야말로 후거는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몸을 움츠러뜨렸다. 건화의 손도 밀쳐내고 뒷걸음질 쳤다. 이렇게 되기 싫었어. 억울하고, 갑갑하고, 표출 할 수 없는 감정에 숨이 막히는 것 같고.


후거의 울음소리에 귓가가 멍해진다. 다시금 죄책감이 몸서리치게 건화를 덮쳤다. 후거가 우는 이유에 자신이 없을 리가 없으니 마음은 타들어간다. 차라리 잿더미가 되면 숨쉬기엔 좀 더 편할 수 있을까.

 

이따금씩 들썩이는 어깨를 보며 저릿한 손을 뒤로 감췄다. 다물린 아랫턱이 떨린다. 흔들리는 어깨를 끌어안아 달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후거가 싫어 할 테니까.

난 이제 형 안 좋아해.

코끝이 시린 기분에 고개를 약하게 젓는다. 후거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가다듬으며 눈을 크게 깜빡였다. 억지로라도 그치려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곧 한숨처럼 힘없이 터뜨린다.

 

"이것 봐... 또 나쁜 말 하게 되잖아."

“.....”

“갈 거야.”

 

더 이상 눈물 닦는 것도 지친다. 알아서 뺨을 타고 흐르게 둬버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가방을 챙겨 형을 지나치려는데 다시금 팔이 붙잡힌다. 놀랍지도 않았다. 지친 기색으로, 힘없이 팔을 흔들어내지만 좀 전과 다르게 꿈쩍도 없다. 눈앞이 까맣게 가로막힌 것 같았다. 답답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비켜.”

“후거...”

 

그래도 화내지 않으려고,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이성을 잃고 스스로도 남에게도 상처 주는 말은 더는 하지 않으려 최대한 차분히 목소리를 냈으나,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후거의 허리를 붙잡으며 아래로 내려간 건화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자 머릿속이 펑- 터져버린다. 이제와 용서 받으려는 형의 행동이 미웠다. 소름 끼칠 정도로 밉다. 눈가에 아슬아슬 맺혀있던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래로 내려 보이는 형의 얼굴이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는다.

 

“잘못했어... 미안해..”

“필요 없으니까 이런 짓 하지 마. 저리 가.”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내가 너한테 너무...”

 

분명 집에 오기 전에 혼자서 열 번도 넘게 연습했다. 후거에게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사과해야하는지. 그런데도 막상 때가 오자 하얗게 비어 바보 같이 미안하단 말만 반복한다. 울음이 그치지 않는 얼굴을 보고도 제대로 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내가, 내가 너한테 너무.. 너무 했어. 내가 널 너무.. 아프게 했어. 

차마 내가 널 어떻게 아프게 했는지, 내가 너에게 어떤 말을 했고, 어떻게 행동했고, 어떻게 져버렸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기억하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들었다. 내 행동들이 너무 잔인해서. 그 행동으로 네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이 틈새를 비집고 흘렀다. 미안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울기 시작하는 건화를 보자, 후거는 속에서 불길이라도 이는 것 같다. 발끝부터 머리 끝 까지 활활 타오르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마음 속 제일 깊은 곳에 숨겨두고 스스로도 꺼내보고 싶지 않았던 것을 꺼내게 될 정도로.

 

“형이 왜 울어.”

“....미안하다.”

“형이 울긴 왜 울어! 진짜 울고 싶은 건 난데! 좋아하는 사람한테 버림받고, 부모님한테도 버림받았어. 형이 내 마음 알아? 나라고 이러고 가출해서 떠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은 줄 아냐고!!!”

 

비명처럼 소리 지르며 건화를 밀치려는데 붙잡은 손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놔! 놓으라니까!" 어딜 때리는지, 밀어내는지 분간도 못하고 온 몸을 버둥댔다. 덕분에 가방은 바닥으로 떨어뜨려져 나뒹군 지 오래고, 건화의 뺨과 목덜미에도 수 없이 생채기가 생겨났다. 후거의 손끝에 핏방울이 맺히고 하얀 뺨에 붉은 자국이 벌어져도 건화를 후거를 붙잡은 채로 놓지 않는다. 지금마저 놓으면 더 후회하고, 괴로워질 것 같아서. 


"흐..."


흔들리는 몸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그냥 이대로 눈 감고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러고 싶어 눈을 감았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도로 눈을 뜨게 된다. 예쁜 뺨에 빨간색 줄이 잔뜩 그어진 채로 울고 있는 곽건화 때문이었다. 


뺨에 말라붙은 눈물을 닦아내보지만, 이미 손등과 손가락에도 눈물범벅이라 아무 소용이 없다. 흐릿하게 눈을 깜빡인 후거는 입술을 꾹 말아 다물곤, 숨을 깊게 내뱉었다.


나는 하루하루가 바짝 마른 나뭇가지 같은데. 툭 치면 부서지고 바스라질 것 같은데.

형이 미워. 미워 죽겠어.

 

"미워.."


형을 좋아하지 말았어야했어. 

떨리는 손을 들어 건화의 뺨 위로 뻗는다. 가까이 갔지만 닿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머물렀다. 핏방울이 맺힌 상처가 후거의 손톱 끝부터 아프게 만든다. 겨우 그친 눈물이 다시 흘렀다. 형이 밉다. 날 이렇게 만드는 것도 싫고, 날 밀어냈던 것도 싫다. 제일 지독한 점은 이 상황까지, 끝에 끝 까지 왔으면서도 형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형이 날 아프게 했어도, 나는 형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게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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