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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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재 완 결 단 편 기 타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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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삼일간은 다른 학교를 다니는 중학교 친구의 집에서 지냈다. 부모님이 잠깐 지방에 내려가셔서 혼자 자기 무섭다고 하고 신세를 졌는데, 그것도 그 이상은 할 짓이 못 되었다. 결국 삼일 째 되는 날 나와서 다른 친구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때까지도 부모님께는 연락이 없었다. 친구 집에서 지낼 거고 학교는 꼬박꼬박 다니겠다고 편지에 써놨지만 정말 이렇게 연락이 하나도 없을 줄이야. 반응 없는 휴대폰을 보며, 울적하고 울컥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이 정도는 각오했잖아.


가끔 공원에 있는 농구 코트를 지나며 코트 위를 뛰는 발소리가 들릴 때 마다 고개가 돌아갔지만 최대한 그 쪽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인지, 벌써 형을 이주 째 만나지 못했다. 좋은 걸까? 딱히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요 며칠 후거는 정말 세상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가족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니, 이제 살아 갈 힘이 없다. 이런 결과를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네가 누구이든 무엇이든 널 사랑한다며 찾아오는 바람도 가졌는데. 어쩌면 우리 엄마아빠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친구 집에서도 더 이상 머무르기 힘들어졌다. 그 집에는 여동생이 있어서 친구의 부모님도, 후거도 영 껄끄러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누구 집에 가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집에는 최대한 안 가고 싶은데 아니, 누가 받아주기나 할까. 하지만 밖에서 머물 자신은 없다. 유독 추운 이번 해는 날씨가 영하로 까지 떨어졌고, 장갑 없는 맨손으로 다니기도 아픈 공기였다. 두꺼운 패딩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입술을 우물댄다. 어떡하지. 학교가 파하고 날은 저물었고, 갈 곳은 없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선 후거는 점점 빛을 잃어가는 하늘을 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날은 점점 쌀쌀해져만 가고, 후거의 주변과 후거의 마음속에서도 가지는 메말라간다.


형이 보고 싶다. 형을 끌어안고 울고 싶었다. 


공원 안을 한참 서성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주소록에 들어가 [화꺼] 그 이름 위에서 한참을 헤매던 손은 고개를 가로 젓고 난 후에야 아래로 내리는 키패드를 꾹 눌러 후거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원홍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었는데. 걘 내 걱정이 너무 심해서 부모님께 당장 알릴 것 같아서...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날씨에 야외에서 버틸 자신은 없어서 조용히 휴대폰을 귓가에 대고 신호음만 듣는다. 원홍은 금세 전화를 받았다. 후거가 얕은 목소리로 너희 집에서 며칠 잘 수 있을까 묻자, 잠시 입을 다물었던 원홍은 쉽사리 승낙한다. 이불 깔아둘테니 빨리 오라고. 그 말에 눈물샘이 차올랐다. 


“응..”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헛기침도 하고 대답했는데, 아마 다 들켰겠지. 당황해 폴더를 닫고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빨갛게 익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주기적인 간격으로 농구공이 튕기는 소리가 나는 농구 코트로 시선이 간다. 안 돼. 안 돼. 


형이 보고 싶어.

멀리서라도 좋으니까 보고 싶어.


더 기다려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견딜 수가 없다. 이겨 내는 게 버거웠다. 눈을 질끈 감고 안 돼. 안 돼. 작게 중얼거리던 후거는 감은 눈을 뜬다. 바람에 먼지가 쓸려가는 바닥. 한참이나 그것을 보던 후거는 홀린 듯이 걸음을 옮겼다. 뛰는 발자국 소리. 둔탁한 농구공 소리. 어느새 하늘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초록색 철망 안 쪽, 코트 위를 뛰어다니던 사람들도 하나둘 없어지고, 공이 굴러다니는 소리도 점점 옅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단 한사람만 남아있었다. 눈 끝으로 그의 뒷모습을 쫓아간다. 철망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가운 쇠가 손바닥을 아리다 못해 쓰라리게 만들어도 손을 놓지도 못하겠고 건화를 보는 것을 그만 둘 수도 없다. 꼭 후거가 처해진 상황처럼. 


날 보기 전에 빨리 가야하는데.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멀리서 보니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져 철망에 달라붙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니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고 싶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지. 갈등하던 후거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보다 겨울바람이 귓가에 더 크게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건화는 듣지 못한 것 같다. 코트 정 중앙에 서서 느리게 드리블 하며 자리를 잡는다. 후거의 발이 코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 때 까지도 건화는 후거의 등장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골대만 바라보다, 가볍게 점프해 클린슛을 끝내고 착지한 건화는 사나운 겨울바람 속에서 목소리 하나를 인지했다.


“형.”


놀란 몸을 돌리다 비틀댄다. 겨우 멈춰서 코트 끝에 선 후거를 본다. 바람을 타고 농구공이 코트 안을 이리저리 배회하다 철망에 부딪쳐 느려졌다. 건화는 꼭 꿈을 꾼다는 듯 몽롱한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떴다. 눈을 감았다 떠도, 손바닥을 바지자락에 문질러도 후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후거는 건화의 얼굴을 제대로 본 순간, 다짐했던 것을 모두 놓아버렸다. 지금까지 안고 있던 갈등과 걱정거리를 놓아버리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뛰어들어 그를 세게 끌어안자, 하마터면 뒤로 쓰러질 뻔한 건화는 놀라 중심을 겨우 잡으며 뒷걸음질 친다. 저도 모르게 후거의 양 팔을 붙잡아 당겨 보호하듯 끌어안다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가방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너 이거 뭐야?”


건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달 만에 들은 목소리였다. 남자답게 이제 내가 다 할게. 하고 멋있게 말해야하는데, 그 대신 후거는 눈물을 삼키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후거를 떼어내려던 건화도 더는 그러지 못하고 손을 내린다. 찬바람이 살을 엔다. 겨울은 누군가에겐 로맨틱한 계절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외로운 계절이었다. 더듬더듬 팔을 내린 건화는 굳은 자세로 턱을 들어 밝게 흰 빛을 내는 가로등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크게 호흡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후거는 머뭇대며 그의 허리를 놔주곤 도톰한 입술을 꾹 물고 그를 본다. 지금은 한겨울이었다. 후거는 두터운 패딩을 입고도 추워서 오들오들 떠는데, 건화는 고작해야 털이 좀 달린 후드집업하나만 달랑 입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죄다 들어가고 딴소리만 나오게 됐다.


“추운데 그러고 있으면 어떡해.”

“그러는 너는 추운데 이 시간에 왜 나와 있어.”

“안 추워? 손 빨간 거 같은데.”


이 날씨에 저러고 맨 손으로 운동을 하니 손이 남아날 리가 있나. 동상 걸리겠네. 빨갛게 익은 뺨을 손으로 쓸며 건화의 손바닥을 보며 말하자, 대꾸를 않던 건화는 가만히 후거를 쳐다만 보다 물었다.


“가방은 뭐야. 뭐 들었기에 그렇게 커?”

“....나 집 나왔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런 쪽에는 눈치가 빠른 곽건화가 말 안한다고 모를 리가 없겠지. 가방 이야기에 흘끗 뒤돌아본 후거는 그래봤자 등에 멘 저의 가방이 보이지 않는 다는 걸 깨닫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건화는 용케 그걸 알아듣고 눈가를 구긴다. 뭐?


“집에 편지 쓰고 나왔어. 나... 엄마랑 아빠한테 커밍아웃했어.”

“.....”


그렇지 않아도 이미 심각하던 건화의 표정은, 커밍아웃이라는 단어에 커다란 돌로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입술을 벌린다. 커밍아웃. 커밍아웃.


건화는 더없이 충격 받았는데, 후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차가운 뺨을 다시 쓸어내리다 신발 앞코로 농구장 코트 위를 툭툭 치며 딴청을 핀다. 호흡을 크게 내쉰 건화는 재차 물었다. 혹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너 방금 한 말 진짜야?”

“응. 집 나왔어.”

“...그래서 이 시간에 이러고 있는 거야?”

“어.”

“어디가려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

“그냥.. 친구 집에 며칠 있어보고.. 어떻게든 되겠지..”

“야! 너 아무리 그래도 생각이 있지!”


커밍아웃하고 가출했단 이야기를 저렇게 덤덤하게 말하는 게 어디 있어. 그게, 그게 얼마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손만 쥐었다 펴며 안절부절 한다.


“누구 집? 친구 누구?”

“원홍네 집.”

“원홍?”

“왜.”


가출에서 친구 집에 잔다는 것도, 하필 그 친구가 원홍이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답답해서 한숨을 크게 꺼뜨리고, 원홍. 원홍. 입 안에서 작게 읊조리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원홍은 후거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고등학교가 갈라져서 요즘은 예전처럼 자주 만나진 않는 것 같은데. 

입만 벙긋벙긋 하다 고개를 든다. 이 겨울에 후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리며 말했다.


“친구네 집에서 자면 불편하잖아. 왜 말을 했어. 좀만 참지..!”


남의 속도 모르는 곽건화. 형은 대체 무슨 속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화를 낼 기운도 없다. 후거는 바람 속에 헝클어지는 머리를 손으로 빗으며 대꾸했다.


“거짓말하기 싫었어.”

“....”

“그리고.. 내가 형한테만 너무 짐을 짊어지게 한 것 같아서.. 아. 아니.. 내가 집 나온 건 형이랑 상관없어.”

“...”

“형이랑 상관없이... 난 그냥 남자가 좋아. 그래서 말한 거야.”


난 남자가 좋아.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 뱉기 힘들었다. 입 밖으로 꺼내고도 어색하고 민망하다. 후거는 헛기침을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곤 어깨를 움츠린다. ‘너 어깨 그러고 다닌다고 작아지는 거 아냐.’ 곽건화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리는 듯하다. 형은 눈앞에 있는데.


‘남자가 좋아.’


건화는 느리게 걸어 철망에 닿은 채로 천천히 바람에 굴러가는 농구공을 양손에 든다. 코트 위에 몇 번 튕기다 좀 전처럼 가볍게 골대에 슛을 성공시켰다. 퉁- 퉁- 퉁- 몇 번을 튕기며 점점 멀어지는 농구공을 흘끗 보던 후거는 주머니에 넣은 손을 꿈지럭댄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누르다 찬바람에 눈이 따가워 꾹 감았다 뜬다.


“갈 게.”


여기 있어봤자 뭐 하겠어. 가야지. 발길은 떨어지지 않지만 억지로 바닥을 떼는데, 마찬가지로 농구공에 시선을 주던 건화가 대답했다.


“가지마.”

“그럼 뭐. 나 여기서 자다가 얼어 죽으라고?”


가지마라고 할 줄은 몰랐는데. 놀라서 눈이 크게 뜨인다. 쳐진 눈 끝이 바르르 떨리는 걸 느끼곤 일부러 더 괜찮은 척, 필요 없는 척 가장한다.


“아니. 우리 집에 가자.”

“...어?”


그렇다고 자기 집에 가자는 말을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한 달간 모르는 사람처럼 지냈으면서, 가출했단 말에 저러는 거야? 기분 좋을 일은 하나도 아니다. 짜증부터 치밀었다.


“됐어. 안 가.”

“왜?”

“우리 이제 친구 안 하는 거잖아. 형이 나 무시하고 다녔으면서.”

“...그런 건 아니야.”

“난 이미 상처받았어.”


이런 말을 하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 결국 하게 됐네. 상처받았다는 말을 하게 되자, 정말로 상처받은 것처럼 온 몸이 아팠다. 저릿저릿 근육통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입술을 꾹 물고 한발, 두발. 뒷걸음질 친다. 자의로 말했지만 사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형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떻게 행동하든 아무렇지 않고 난 하나도 슬프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입으로 내 스스로 말했지만 마음이 까발려진 것 같아 부끄러웠다. 하릴없이 바닥을 긁는다. 건화는 긴 속눈썹을 끔뻑이다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는 본인이 던져 놓은 짐 더미로 향했다. 짐 더미라 해봤자 책은 한두 권 밖에 들지 않은 책가방과 허울만 좋은 패딩점퍼와 그 위에 둘둘 말아놓은 목도리뿐이다. 가는 길에 농구공을 발로 슥 밀고는 목도리를 들어 후거에게 내밀었다. 후거는 제 몸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외투를 입고 있긴 하지만 목도리는 없는 것 같아서. 반면 후거는 얼어붙은 손으로 목도리를 내미는 건화가 어이가 없다.


“웃기네. 형이나 옷부터 좀 입어. 누가 그러고 다니면 멋있어 보인대?”

“운동하면 추운지 몰라.”

“됐어. 갈게.”


형이랑은 말이 안 통해.


“후거.”


등을 팩하니 돌리고 출구 쪽으로 다가서자 건화는 재빠르게 후거의 뒤를 따라붙었다. 바닥에 떨어지려는 목도리는 대충 팔에 감아놓고, 후거의 팔을 붙잡으며 말린다. 건화에게 팔이 붙잡혔을 때, 후거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과거라 했지만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하교 할 때 유독 손을 잡고 싶어 했던 곽건화. 누가 볼까 창피해서 못 하게 했지만 실은 후거도 건화와 손을 잡고 싶었다. 손잡고 길을 거닐어도 아무도 비웃지 않길 원했다. ㅡ거기 까지 생각이 미치자, 후거는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팔에 감아둔 목도리를 풀어 후거의 목에 둘러주려던 건화에게 물었다. 


“형. 나 좋아해?”


느슨하게 짠 목도리를 쥔 건화는 그대로 숨을 크게 들이쉬며 후거를 본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던 강풍도 언제부턴가 멎어 듣지 못했다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다. 


“형이 나 좋아하면, 내가 다 책임질게.”

“....”

“형만 짊어지게 하지 않을게.”


용기를 냈다.

말 할까, 하지 말까. 수도 없이 속으로 혼자 반복하고, 건화의 반응을 그려내고, 본인이 만든 건화에 상처받고, 다시 용기를 내는 것을 정말 수도 없이 반복했다. 할까. 하지 말까. 그 많은 갈등 속에서 겨우 용기를 내어 뱉었다.

형이 날 좋아하면, 우리 둘이서 같이 버티자고. 짐을 나눠지자고. 


한 겨울, 바깥에서 땀까지 흘리며 운동을 했으니 쭉 뻗은 건화의 뺨은 빨갛게 상기 되어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더 없이 굳은 상태였다. 눈만 크게 뜰 뿐,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가슴이 쿵쾅 거리지만 후거는 속으로 10을 세기로 했다. 1이 될 때 까지 곽건화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냥 가버리기로 하고.


10

9

8

7


날이 한참 저물어 이제 하늘은 완전히 새카맣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별의 행방도 찾을 수 없다. 멎었던 바람소리는 잠깐의 침묵이 후에 이어질 강풍을 위한 것이었는지 더 거세지고, 오래된 가로등은 깜빡깜빡 점멸했다, 다시 빛이 들어온다. 저 놈의 가로등은 꼭 고쳐 달래도 안 고쳐주더라. 우리 학교에도 가로등 꺼진 거 엄청 많은데... 밤에 못 된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후거가 억지로 다른 생각에 몰두해도 시간은 간다. 건화는 입을 다문채로 미동이 없다. 그 사이 초는 느리게 흘러..


5

4

3

2...

2의 반에 반...

2의 반에 반에 반...

….

1.


멍청한 곽건화.


1분과 같은 10초를 센 후, 여전히 건화의 입에선 작은 소리 하나 나오지 않는다. 속상한 나머지 울컥한 마음에 그의 어깨를 퍽 밀쳐냈다. 건화는 힘없이 밀려난다. 손에 든 목도리는 결국 바닥으로 떨어졌다. 밀려난 건화는 비틀대다 목도리를 밟고, 후거는 쾅쾅쾅 있는 힘껏 무겁게 발길질을 하며 농구장을 나서는데, 그런 기세와 달리 찌푸려진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궈 진다. 달아오른 뺨 위가 뜨겁게, 아프게 녹아내렸다.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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