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여차
곽호 썰, 소설 올리는 블로그 @tarack_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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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쓰다 만 소설을 곽호로 다시 썼어요.

등장인물들이 다소 빻은 소리를 할 수 있으나 성장물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ㅠㅠ









01.


시험을 망했다. 90점 이하로 받아본 적이 없는데, 좀 전에 친 수학은 5개 이상 틀렸을 것 같아 암울하다. 다른 친구들은 그 정도면 잘 본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놀고 싶은 거 다 뿌리치고 공부했는데 이러면 속상하다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눈물마저 찔끔 날 것 같았으나 학교에서 울기는 싫어서 아닌 척 재빠르게 눈물을 훔쳐내고 졸리지도 않은데 “아. 졸리네.” 하고 부러 소리 내어 말하며 엎드렸다. 속상하다. 우리 엄마아빠의 최고 자랑은 내가 공부 잘 하는 건데.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반에서 일등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 이 번은 꼭 하고 싶었다. 잘 안 됐지만.


시험이 망했으니 점심도 시들하다. 안 먹고 싶었는데 안 먹으면 우울한 걸 들킬까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도대체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 것 같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별 것도 아닌 일에 오버해서 대꾸하곤 배고프지 않아도 배고픈척했다. 다른 건물에 있는 급식실에 가기 위해 운동장 쪽으로 나오자 겨울의 한기에 어깨가 바르르 떨린다. 

두꺼운 패딩 입어도 한기가 느껴지네. 오늘 엄청 춥나보다. 급식실 안을 들어가기 전, 후거는 가볍게 운동장을 스쳐본다. 축구 골대 앞엔 아무도 없었다. 하긴. 이런 날씨엔 아무리 운동에 미친 인간이라도 가만히 실내에 쳐박혀 있겠지. 꼭 보고 싶을 땐 없고, 안 봐도 될 것 같을 땐 있고.


급식에 후식으로 먹으라고 복숭아가 나온 것 같다. 어쩐지 급식실 들어서자마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진다 했더니. 가까이 있는 식판에 탐스럽게 앉은 수줍은 핑크색을 보자마자 눈가를 찌푸렸다.


“나 오늘 밥 안 먹을게.”


복숭아를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팔에 두드러기가 이는 것 같아 뒤로 물러섰다. 후거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아는 친구들은 과도하게 감정이입하며 얼굴을 구긴다. “너 오늘 어떡 하냐. 급식소 아줌마들 왜 복숭아 주셨지.. 알레르기 생각을 못하셨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급식소 문 앞에서부터 반응이 오는 기분인데. 후거는 뒤로 물러서며 손을 저었다. 니들끼리 먹어. 난 그냥 편의점 가서 사먹을게.


“나도 편의점 갈까?”

“됐어. 오늘 맛있는 거 나오는데 그냥 급식 먹어.”

“야, 그래도..”

“됐다니까. 춥다. 나 빨리 갈래.”


친구들이 후거가 안쓰러운지 같이 먹어준다지만, 그게 더 기분 나빠. 차라리 잘됐다. 우울한데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엄마가 라면같은 거 먹지 말라고 했으니까 학교 앞 가까운 식당으로 갈까하다가, 그마저도 귀찮아진 후거는 교실로 돌아가 제자리에 엎드렸다. 아까 급식실 갈 때는 배가 안 고팠는데, 와서 눕자마자 몸서리치게 배가 고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도 좀 아픈 것 같고. 패딩을 위에 걸치고 있는데도 오늘따라 유독 몸이 으슬으슬 한 것 같기도 하다. 항상 이맘때 쯤이면 늘 감기에 걸리는데. 추위도 추위지만 공부 하느라 신경쓰느라 정신력 체력소모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시험기간만 되면 스트레스가 하늘 끝까지 치솟는다. 내 스트레스 받아주는 모씨가 불쌍해지네. 모모씨. 보고싶을땐 없는 모모씨. 여자친구 사겨서 나한테 하루에 문자 열 번만 보내는 모모모씨. 


씨이...

시험 망해서 너무 슬픈데. 밥도 못 먹고 춥고.. 거지꼴이 따로 없네. 눈물이 울컥 날 것 같으나 꾹 참는다. 울면 지는 거야. 이번 시험 다들 어렵다고 했으니까 정말정말 혹시나 내가 게중에 제일 잘 본걸 수도 있어.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꿈을 꾸며 거의 반쯤 잠이 들었을 때였다. 누군가 후거의 어깨를 툭툭 친다. 안 그래도 이 나잇대 녀석들은 급식을 먹는 게 아니라 입안에 쏟아 넣는 애들이라 금방 먹고 올라와서 시끄러워 정신이 없는데 건드리기 까지하니 잔뜩 예민해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모모씨였다. 곽건화.


“뭐야?”

“오늘 급식 먹었어?”

“안 먹었어.”


다행이다. 너 급식 먹었을까봐 걱정돼서 왔는데. 내가 바보야? 그걸 뭐 하러 먹어. 

걱정해주는데도 못된 말이 툭툭 나온다. 나 지금 우울해서 그래. 이거 진심 아니야.


“그냥. 너 가끔 안 먹고 근처에만 있어도 간지럽대잖아. 오늘 복숭아 엄청 많았는데. 괜찮아? 안 아파?”

“몰라.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파.”


후거가 다시 몸을 엎드렸다. 자연스러운 자세. 큰 키에 잘 빠진 몸을 하고 있으면서도 후거는 늘 움츠리고 다녔다. 곽건화가 몇 번이나 잔소리를 해도 안 고쳐진다. ‘너 그렇게 웅크리고 다닌다고 키 작아지는 거 아냐.’, ‘안 들어!’ 건화가 하는 말에는 이제 꽤 내성이 있는 후거가, 그 말에는 유난히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한 말이었는데. 작은 고양이가 되고 싶은 후거.


오늘도 좀 날이 섰는데. 건화의 굵은 손이 후거의 뒤통수를 쓱쓱 쓰다듬는다. 사람보단 강아지를 쓰다듬는 듯한 손길이었다. 그러고 보면 곽건화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곽건화네 집 옆집에 커다란 리트리버.. 골든리트리버? 그 강아지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곽건화가 나보다 걔를 더 좋아하는 거 같...  아. 걔 이름이 페페인데 곽건화가 너무 페페를 좋아해서 가끔 짜증도 나고. 지금도 짜증나. 페페 쓰다듬던 스킬로 날 쓰다듬는 것 같아서. 난 개껌 줘도 안 좋아해. 츄르도 싫어.


평소의 후거였으면 내가 무슨 페페인줄 아냐고 손을 내쳤겠지만 지금은 몸도 노곤노곤하고 잠도 다시 스물스물 오는 상태였다. 곽건화 때문에 단 일초의 잠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사줄까?”

“..필요 없어..”

“사올게. 기다려.”


건화는 후거의 의견을 무시했다. 후거는 하여간 나서서 지랄이야. 하고 쏘대고는 팔 위에 이마를 비빈다. 몸이 무거워진다. 돌아갈 것 같은 눈꺼풀을 감고 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다지 오래 잔 것 같진 않은데, 그러고 눈을 뜨니 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헉. 하고 잠에서 깬다. 후거가 벌떡 상체를 들자마자 마침 근처에 있던 화학선생님이 후거의 머리 위에 손을 약하게 내리며 아프니까 더 자라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잠이 홀딱 깨서 잘 수도 없었다. 

화학책. 화학책이 어디있더라... 선생님께 죄송하다 말하며 급하게 책상 서랍을 뒤지는데 책보다 부스럭거리는 비닐봉지가 먼저 잡혔다. 선생님이 뒤로 간 사이 슬쩍 끄집어내보니 샌드위치다. 투명한 비닐에 적힌 로고가 익숙하다. 곽건화가 뭐라도 사온다며 나간 게 떠올랐다. 깨우고가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샌드위치를 깊게 밀어놓고 책을 꺼냈다.


늦게 일어난 탓에 고작 십분여간 밖에 듣지 못한 수업 내내, 서랍 속에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이거 파는 곳 학교에서 십분거리인데. 아마 선택지가 없으니까 거기까지 갔겠지.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고기를 못 먹는 후거를 위해서 거기까지 간 것 같은데...  왕복 20분이나 걸려서 뭐하러 사왔대. 그 시간에 그 좋아하는 운동이나 하지. 고마우면서 짜증이 나고, 마음이 복잡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



아무리 생각해도 시험 치는 날 수업까지 하는 건 진짜 너무 힘들다. 속으로 툴툴대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하교를 하는 도중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더니 후거를 붙잡았다. “놀래라.” 전혀 놀라지 않은 말투로 멈춰 선 후거가 건화를 뒤돌아본다. 허구헌날 제자리 뛰기하고 조깅하더니 곽건화는 다급히 뛰어와도 숨소리 하나 거친 법 없다. 


“너 무슨 걸음이 이렇게 빨라?”

“형 오늘 데이트한다며.”

“데이트는 무슨. 네 꼴을 보아하니 아픈 거 같은데.”


그리곤 후거의 샌드위치를 보며 웃는다. “점심 때 먹으라고 준 걸 지금 먹고 있어? 지금 먹어도 맛있어? 아. 내가 사줘서 더 맛있겠다.” 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이집은 원래 맛있잖아.”

“하여튼 한 번이라도 맞장구를 안쳐줘요.”


후거의 옆에 서서 걸었다. 어깨 위를 툭툭 건드리더니 패딩 주머니에 들어간 왼쪽 손에 제 손을 댄다. 바로 후거가 눈을 뾰족하게 만들며 노려보자 다시 손을 거두긴 했지만. 누가 봤을까 걱정이 돼 주변을 둘러보다 아무도 없다는 것에 안심하고 샌드위치만 우물거렸다.


“네 여자친구는 어쩐거야?”

“너 청리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오늘 연습 있다고 말하고 왔어.”

“그러다가 차인다.”

“괜찮아. 이해해줘.”


곽건화의 말이 마음에 안 든다. ‘괜찮아. 이해해줘.’ 둘 사이에 끈끈한 애정과 믿음. 그런 것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할 말이라 심술이 생겼다. 페페한테 물려라. 물려. 아. 물리면 안 돼. 물리진 말고.. 그냥 페페가 오늘은 곽건화 얼굴을 안 핥아줬으면.


걸음을 빨리하는 후거에게 보폭을 맞추던 건화는 무심코 후거의 가방을 툭툭 치다 놀라서 입을 벌렸다. “너 무슨 가방이 이렇게 딴딴해? 야. 내가 들게.” 건화의 말에 후거가 난색하며 손을 쳐냈다. “내가 무슨 네 애인이야? 왜 형이 내 가방을 들어줘?” 후거의 짜증에도 굴하지 않은 건화는 억지로 후거에게서 가방을 빼앗아들었다. 그리곤 가방을 위아래로 들어보더니 감탄하며 어깨에 맨다. 가방에 책이 몇 권이나 든 거야.


“형이 공부를 안 하는 거야. 시험기간이니까 당연히 책이 많이 들지. 형은 곧 졸업하면서 공부 안 해?”

“난 공부 말고 다른 거 다 잘하잖아.”


건화가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후거의 허리를 감았다. 그 작은 접촉에 후거의 입이 꾹 다문다. 뺨이 붉게 물들었다. 손안에 작게 남은 샌드위치를 입안에 몽땅 집어넣고 삼키자 건화가 후거의 뺨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는 이야기한다. “나도 한입만 주지.” 그의 말에 싫다는 듯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자, 통통하게 튀어나온 볼살에 건화의 웃음이 터졌다. 빨개진 귀 끝은, 못 본 척.



***



저번 주 주말에 부모님께서 리마인드 웨딩을 치르셨다. 결혼 당시엔 형편이 어려워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지 못했던 것을 늘 아쉬워했던 엄마를 위해 아빠가 계획한 결혼식이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두 분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굉장히 아릿하다. 아빠는 농담으로 우리 아들이 효자라서 엄마아빠 결혼식까지 왔다고 웃으셨지만 후거는 볼만 부풀렸다. 어쩐지 본인과 결혼식이 굉장히 멀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여자와 나란히 서서 반지를 교환하고 축복을 받는 것. 이미 결혼식은 서너번 다녀온 적 있는데. 유독 그 공간에 나를 배치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정장을 입은 곽건화는 좀 괜찮았다. 맨날 나이키 티셔츠, 나이키 바지, 나이키 운동화, 나이키 후드, 나이키 점퍼만 입고 다녀서 장래희망이 나이키 모델인 줄 알았던 곽건화가 정장을 입었다. 고등학교 입학 할 때 산건데 지금 입어도 딱 맞다고 짜증스레 이야기 했지만 실은 어색한 제 모습이 민망해서 티내지 않으려 그런 농담하는 거 다 안다. 후거도 맞춰 대꾸 했다. 너 되게 제비 같아. 이게 형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뭐. 얼굴만 반지르르하게 생겨서. 야. 


한 주간 인생의 두 번째 신혼여행을 즐기러 방콕으로 가신 덕분에 집 안은 텅 비어있는 채였다. 현관문을 열자 바깥보단 덜 하지만 안의 공기도 영 차갑다. 아. 아빠가 라디에이터 약하게 틀어놓고 있으라고 했는데. 깜빡했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난방기부터 켜고 건화에게 이제 가방을 달라고 손을 뻗었으나 곽건화는 유유히 후거를 지나 제일 안쪽 방으로 향했다. 


“이제 집에 가.”

“안녕하세요.”


퉁명스러운 후거의 말을 씹고 둘 말고는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에 인사까지 하면서 후거의 방으로 먼저 들어가버린다. 후거가 몸이 아파서 더 툴툴대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건드리지 말라며 짜증내는 후거를 붙들어 억지로 욕실에 보내 양치라도 시키고, 자기 싫다는 걸 또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극세사 이불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아직 면 이불이라 침대 속이 더 차갑다. 추워! 네가 데워놨어야지! 동네 형을 인간 난로 취급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후거의 가슴께까지 이불을 끌어올린다. 평소에는 장난만 쳐서 전혀 형 같지 않는데 이런데서 보면 형 같긴 하다.


“아, 춥다. 나도 누워도 돼?”


막상 눕히니 얌전하게 천장만 물끄러미 보고 있는 틈을 타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물었으면서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침대 속에 기어드는 건 뭔가. 이제 짜증낼 힘도 없어서 벽 쪽으로 몸을 옮긴다. 잠꼬대가 심해서 싱글 침대 위에서 자면 허구헌날 떨어지는 게 일이라 후거의 방은 그다지 넓지 않은데도 침대가 더블사이즈였다. 둘이서 자기에 충분히 넉넉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남자 둘이서 나란히 누울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화는 제 옆이 낭떠러지 인 것 마냥 후거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후거도 그를 떼어내지 않는다.


“형이 팔베게 해줄까?”


건화에게 자리를 빼앗겨 베개 없이 누워있는 후거에게 팔을 내주며 말하자 코웃음 칠 줄 알았던 후거가 얌전히 건화의 팔위에 머리를 붙인다. 그래봤자 팔이 아플까봐 목에 잔뜩 힘을 주어 들고 있는 상태였다. 농담 아니고 정말 깃털 하나 올려둔 것 같은 팔뚝에 건화가 웃으며 후거의 머리를 팔위로 내렸다. 팔 아플텐데.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후거는 한참동안이나 볼 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건화와 눈이 마주쳤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어도 춥고, 곽건화와 꽉 달라붙은 상황에서도 몸이 차가웠다. 후거는 건화를 바라보다, 그에게 얼굴을 갖다 댄다. 입술이 부딪쳤다. 살짝 까슬한 입술끼리 마주치자, 건화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후거의 위로 몸을 겹치며 입술을 문지른다. 으... 다물고 있는 입새 사이로 앓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손이 후거의 허리를 더듬고, 티셔츠 안으로 들어간 손이 납작하게 내려간 배 위를 훑었다. 으응.. 잦은 운동으로 거칠어진 손끝이 닿을 때 마다 후거는 전기가 통하는 것 마냥 발끝을 꼼지락대며 그의 팔을 움켜쥔다. 혀가 엉키고 입천장을 훑는다. 눈물로 얼룩진 눈을 감았다 뜬 후거는, 건화의 단단한 팔을 위로 훑고, 어깨를 지나 그의 쇄골을 매만지고 더 위로 올라가 툭 튀어나온 목젖을 손끝으로 건드렸다. 곽건화의 어디를 만져도 그는 남자다. 마지막으로 찬기가 남은 뺨에 닿았다. 손바닥으로 건화의 뺨을 감싸며, 입술이 짧게 떨어진 사이 모자란 숨을 헐떡이고 다시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친다.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던 몸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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