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여차
곽호 썰, 소설 올리는 블로그 @tarack_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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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재 완 결 단 편 기 타 방명록



   여차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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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거를 병원으로 데려온 지 꼬박 하루. 아직 후거는 눈을 뜨고 있지 않아. 쥐죽은듯 얕은 숨소리도 거의 내지 않은 채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꼭 이대로 사라져 버릴까 겁이 나서 몇 번이나 후거의 코끝에 손을 대고, 미약하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보며 안도했지. 괜찮아. 괜찮댔어. 죽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덜컥덜컥 겁이 나는 마음은 아무리해도 쉽게 제어할 수가 없었지만.


계속 옆에 앉아 지켜보고 싶었지만, 집에 가보라는 장모님의 말씀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 조용히 혼자서 아들 보고 싶으실 테니까. 링거액을 맞으며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셨던 후거의 어머니는 후거를 찾았다는 말에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오셨어. 그리곤 응급실에 실려 온 아들을 보자마자 다시 무너지셨지.


“괜찮으니까 들어가 봐. 자네도 한숨도 못 잤잖아. 얼굴이 이렇게 퀭한데 후거가 깨어나서 자네 얼굴 보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네..”


작아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건화는 그길로 집으로 돌아왔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칫 굳다가 눈을 감고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은 후에야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지. 그러나 위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기도 전에 한숨 같은 신음을 흘리며 계단으로 올라.


집에 도착해 차마 치우지도 못하고 건드리는 것조차 불가능 했던 후거의 흔적들을, 드디어 겨우 앓지 않는 가슴으로 볼 수 있게 됐지. 흩어진 주방들 말아져있는 이불들. 채소들이 그대로 말라비틀어진 주방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주워 담는데, 일련의 그 작은 행동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건화에게 드디어 ‘사소한 것’이 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 이게 너의 마지막 흔적이라거나, 너의 마지막 향이라거나, 내가 마지막으로 너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그냥, 별 것 아닌 게 될 수 있다는 게. 


도마 위에 재료들을 버리고 칼을 닦아 칼집에 넣고, 싱크대 위를 행주로 닦는데 매끄럽게 닦아놓으면 그 위로 건화의 눈물이 툭툭 떨어졌어. 네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치우지도 못하고 보면서 후회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튿날 밤 만해도, 얼마나 괴로웠는지. 다시는 못 볼까봐 내가 얼마나 미어지고, 고통스러웠는지.


가스를 들이켜서 상황을 지켜봐야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가스 흡입으로 큰 문제는 없고, 다리도 시간이 지나면 흉터가 생길 수는 있어도 금방 아물 거랬어. 다행히 아버님이 수혈 해주셔서 그 쪽도 문제가 없었고. 모든 게 원활하게 진행이 됐는데도 건화는 석연찮은 마음과 죄책감에 몸이 마냥 무거웠지. 벌써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는 실정이라 더 그럴 수밖에 없었어. 주방을 완전히 깨끗하게 치우진 못하고, 대충 눈에 크게 보이는 것들만 정리하고 비척대는 걸음으로 침실의 문을 열자마자 완전히 넉아웃됐어. 침대 위로 쓰러진 몸은 후거의 향이 거의 옅어진 이불 위로 뉘여 지자 바로 꼭 물에 잠기는 것처럼 서서히 잠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내가 잠들었다 깨어나도. 잠들기 전까지 겪었던 일이 꿈이 아니기를.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때. 이게 꿈이고 만약 아직도 너를 못 찾은 게 현실이 된다면 어떡하지.

그 생각에 무겁게 가라앉은 눈꺼풀을 든 그는, 희미하게 번진 앞을 보려고 애 쓰다 결국 그를 괴롭히는 잠을 이겨내지 못했어.




그렇게 기절하듯 잠에 들었어도 길게 푹 잠들진 못하고 눈을 뜨자 애매한 시간이었어. 6시. 할 일도 없는데 너무 일찍 일어 난 것 같아 다시 자려고 눈을 붙였으나 몸은 피곤해도 잠은 오질 않아 저녁에 못 치웠던 나머지들을 치우고 나니 일곱 시야. 아직 병원 가기엔 좀 이른데. 씻고 나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안방으로 돌아와 화장대 아래 서랍을 열었어. 잡다한 물건들이 정리되어있지 않고 널브러진 서랍 제일 안쪽에 위치한, 납작한 작은 상자를 들었어. 보기엔 별 거 없지만. 건화는 옅은 핑크색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상자의 뚜껑을 열어. 후거가 제 나름대로 건화 몰래 모은다고 모으는 머리핀들이었지. 딸이 갖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자긴 상관없다면서 머리핀만 계속 모으고.

핑크색 코사지가 달린 장미 핀을 툭 건드리고, 엮어진 진주로 장식된 갈색 리본을 매만졌어. 꼭 건화의 손가락보다 작은 사이즈의 리본 핀을 보다 입 꼬리를 올리지만 입 끝이 얕게 경련했지. 건화는 그대로 상자를 내리곤 침대 위로 누우며 후거를 떠올렸어. 언제 깨어날까.



***



“후거도 많이 피곤했나보다.”

“그런가봐요.”


10시를 조금 넘겨 병실에 돌아왔어. 후거는 여전히 한 번 깨지도 않고 조용히 잠들어있었어. 그냥 잠들어있는 것뿐이란 걸 알면서도 혹여나 깨어나지 않는 걸까 무의식적으로 후거의 코 끝에 손가락을 대어 숨을 쉬는 걸 확인하고서 손을 주머니 속에 넣어. 그의 행동을 지켜본 후거의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탁자 위에 올려둔 자신의 짐을 정리했어.


“장인어른은..”

“인신매매단 잡느라 바빠. 그 때 한 놈 밖에 못 잡았잖아.”

“아직 안 잡혔나보네요..”

“그렇게 빨리 잡히는 놈들이 아니겠지.. 그 양반 말로는... 곽서방 어릴 때 잡아갔던 그 놈이랑 짜고 계획한 거 같다고 하더라.”

“..그럴 거라 생각은 했어요.”


분명 멀쩡히 살아있던 사람이 후거가 납치 된 날 자살을 했다는 게 뭔가 석연찮았어. 분명 자살이 아니라 자살로 꾸민 타살이겠지. 납치범에 관해 떠올리던 건화는 그의 머릿속이 점점 수십 년 전의 기억을 다시 꺼내 들추는 것 같아 약하게 고개를 젓고는 차키를 꺼내들며 뒷머리를 쓸어내려.


“모셔드릴게요.”

“됐어. 택시타면 돼.”

“그래도..”

“후거 옆에 있어 줘. 깨어났을 때 혼자면 어떡하려고. …우리아들. 엄마 아빠랑 내일 올게. 내일은 눈 떠서 보자?”


창백한 하얀 뺨을 손바닥으로 반복해서 쓰다듬은 그녀는 곧 건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혼자 가겠다고 고집했어. 결국 장모를 병원 입구까지 바래다드리고 다시 병실로 들어간 건화는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후거를 보며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숨을 몰아쉬곤 나무의자를 끌어다 앉았어.


“네 눈 색깔이 갈색이었는지 고동색이었는지 까만색이었는지도 잊어버릴 것 같아.”


옅게 핏줄이 비치는 눈두덩이를 손끝으로 조심스레 건드렸어. 그래도 눈꺼풀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지. 

얼마나 오래 자려고.

자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고 한꺼번에 몰아 자서 시험기간엔 밤을 새도 멀쩡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몰아서 자려고? 동면 하려고? 동면에 들어가서 봄이 돼야 깨어나면 나는 겨우내 어떻게 살지.


곧 깨어난다고 했으면서 벌써 삼일 째야. 왜 이렇게 안 일어나. 목소리도 듣고 싶고 눈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가 싫어서 안 일어나는 건가..”


결혼지 얼마 됐다고. 나 만나고부터 인생에서 못 지울 끔찍한 일을 두 번이나 당했는데. 싫지 않을 수가 없겠지. 원망한다고 해도 할 말 없어. 근데.. 그래도.. 눈 떠서 마주보고 원망 해줬으면 좋겠는데.


가지런히, 그러나 힘없이 놓인 후거의 손을 조심스레 매만지고 붉은 손끝을 제 손가락으로 건드렸어. 곧 그의 시선이 약하게 오르내리는 배에 닿았지. 넋 놓아 몽롱한 눈으로 배 부근을  보던 건화는 망설이는 듯 멈칫 하다 느린 속도로 배 위에 손을 올렸어. 커다란 손바닥은 허공에 떠 후거의 배가 위로 오를 때만 잠깐, 잠깐 스치듯 닿는 게 전부였어. 하지만 사실 그 정도도 건화에게 큰 용기를 낸 거였지. 그러나 오래가진 못했어. 똑똑- 노크 소리에 바로 손을 거둔 건화가 반사적으로 대답하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와서.


“잠깐 체크 좀 하겠습니다.”

“네.”

“환자분 아직 안 깨어나셨죠?”

“네.”

“깨어나시면 불러주세요.”


가볍게 확인을 끝낸 간호사가 나가자 벽에 기대고 서 있던 건화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아. 이따금 가습기 물이 남아있는지 확인을 하고. 중요한 전화가 온 게 있는지 휴대폰을 잠깐 들여다보고 바로 내리곤 후거에게 시선을 돌렸지. 잘 거면 숨소리라도 좀 크게 내고, 몸이라도 좀 뒤척여서 살아있다는 티라도 내주면 좋겠어. 집에서 잘 땐 그렇게 침대 위를 굴러다니더니 왜 여기선 이렇게 얌전한 척이야.


휴대폰을 협탁 위에 올린 그는 뻐근한 눈을 감았다 뜨곤 고개를 이리저리 꺾고 짧게 스트레칭을 끝내고 링거바늘이 꽂힌 후거의 손등을 물끄러미 바라 봐. 마냥 예쁘고 곱고, 귀엽기만 하던 작은 손에 생채기가 잔뜩 나 있었지. 지금은 환자복에 가려 잘 안 보이지만, 조금만 올리면 손목에 난 자국도 여전히 선명해. 빨갛게 살갗이 벗겨지고, 피가 맺혀 딱지가 앉고, 긁히고 갈린 손을 보면 지금도 목구멍 아래가 울컥해. 네가 그 곳에 갇혀서 얼마나 무서워했을지 떠올리면 숨이 막힐 것 같아. 그래서 안 깨어나는 걸까. 


건화도 겪어 본 일이라 알아.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아주 느리게 옅어지고 있긴 하나 그 때 느꼈던 건화의 기억도 그대로였어. 손톱이 부러져라 벽을 긁고 주먹이 퉁퉁 부을 정도로 벽을 때리고, 목이 쉴 때 까지 부모님을 부르며 구해달라고 소리쳤었어. 그 때는, 그래도 아픈 줄도 몰랐지. 몸이 아픈 것 보다 무서운 게 더 커서.

우리 후거는 엄살도 심한데. 손바닥 까진 정도면 후거한텐 어마어마하게 크게 다친 거나 마찬가지인데.


만지면 아파할까봐 그러지도 못하겠어.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낸 건화는 헛기침을 작게 하고는 후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빠르게 눈을 깜빡였어. 눈물을 억지로 다시 안으로 밀어내려는 것처럼. 눈을 꽉 감아보기도 하고, 눈동자를 굴리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손은 착실히 후거의 마른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만지는 그 때였어. 한참을 눈물을 참아내는 데에 소진한 그가 후거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자 미세하게 떨리는 눈꺼풀이 보였지. 아. 그리고 그가 후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눈썹과 입술을 찌푸리더니 오랫동안 감겨있던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 그가 잊어버릴 것 같다 했던 후거의 두 눈동자가 비로소 곽건화에게 닿았어.


“후거! 후거 일어난 거야?”


눈만 떴지 정신은 똑바로 들지 않아 그의 물음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눈만 끔뻑거려. 형광등 불빛이 너무 밝아서 뜨였던 눈이 바로 감기자 건화는 아예 후거의 몸 위로 제 몸을 대어 전등 빛을 가리며 다시금 후거를 불렀지. 정신 들어? 괜찮아? 천천히 눈만 깜빡이다 일어난 지 일분여가 지나서야 후거가 처음으로 입술을 열어.


“왜 울었어..?”

“응?”

“누가 괴롭혔어..”


목소리라기 보단 바람소리가 빠지는 것 같은 소리였어. 하지만 건화는 개의치 않았지. 후거는 제 목소리가 신경 쓰이는지 큼, 큼 헛기침을 하다 오히려 정말 기침이 나와 콜록대기 시작하자 당황한 그가 숙이고 있던 허리를 들어.


“간호사, 간호사 데려올게.”

“싫, 으, 으흑.. 싫어..”


나가려는 건화의 옷깃을 붙잡아. 하지만 며칠 내내 누워만 있던 몸이라 작은 것 하나 쥐기도 힘든 처지라 그걸로 건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지. 그러나 건화는 제 소매가 잡히자 꼼짝도 못하고 굳어 그 자리에 발 붙은 채로 서서, 후거가 깨어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제 머릿속에 완전히 받아들인 후에야 자리에 앉아 그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몸에 힘을 풀었어.


“누가 괴롭혔어. 왜 울었어?”

“일어나자마자 하는 말이 그거야?”

“남편이 우는데 그거보다 중요한 게 뭐 있어.. 내가 다 혼내줄게.”

“그래. 빨리 일어나서 혼내줘.”


스르륵 풀려나간 후거의 손을 조심스레 자신의 손 위에 올리고 나지막하게 말해. 후거는 입 꼬리가 올라간 건화의 얼굴을 보다, 눈을 내려 자신의 손을 쳐다보곤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말아 쥐곤 팔을 거두려 했지만 건화가 도로 잡아버리니 그럴 수가 없었어. 전보다 혈색이 빠진 입술이 우물우물 망설이더니 겨우 뜨인 눈꺼풀을 다시 감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봐. 상처투성이인 손을 보여주기 싫은데. 자기도 손을 보고 이렇게 깜짝 놀랐는데 건화나, 엄마 아빠는 얼마나 놀랐을까. 후거의 그런 마음을 아는 건지, 건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말린 후거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그 위를 부드럽게 매만졌어. 혹시나 아플까봐 깃털처럼 가볍게 어루만지는 남편의 손길에 눈동자가 젖어갈 것 같아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자꾸만 깜빡여.


“되게 데자뷰 같다. 그치.”


눈물을 멈추는 데에 성공한 후거는 빨개진 코끝으로 건화를 돌아보며 말했어. 후거가 말하는 이야기가 뭔지 짐작이 간 건화는 면목이 없다는 듯 눈을 피하며 대답하지 못했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그리고 후거가 정곡을 찔렀지.


“그 땐 아저씨가 되게 못된 말 했었는데.”

“이젠 안 그래.”

“알아. 말 안 해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어. 갑자기 자신이 없어져서. 건화 손에 오른 손을 꽈악 쥐더니 바로 떨림이 닿도록 떨기 시작했지.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떠들 말도 없고. 더 이상..


“아저씨.”

“그래.”

“나 되게 무서운데... 묻는 거 되게 무서운데...”


반대편 손으로 배 위를 덮고 있는 이불을 세게 움켜쥐며 입술을 벌렸다 다물었어. 정말 무서운데. 나, 나 납치당해서 혼자 갇혀있을 때만큼. 무서운데. 


“우리, 아기..”

“....”

“우리 정이.. 살...”

“괜찮아.”


더듬더듬, 떨리는 아랫입술을 이로 깨물고 겨우 묻자, 건화는 후거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대답했어.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눈이 크게 뜨이더니, 바로 고개를 내저었어. 아니야. 아니야. 아저씨. 아니지? 그가 아이를 잃어도 자신은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아 무서웠어. 그럴 리가 없어. 아냐. 아니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난 안 괜찮아! 싫어! 안 괜..”

“아니야. 후거. 그게 아니라, 정이 정말 괜찮아.”


벌떡 일어나 앉아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후거가 비명처럼 토해냈어. 안 괜찮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탓에 건화를 붙잡아 당겨 일어나곤 바로 풀썩 쓰러지려는 걸 그가 안아 받치곤 발작처럼 울어대는 후거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입술을 대고 반복해서 중얼거렸지. “정말 괜찮아. 정이 죽은 거 아니야. 아직 있어. 괜찮을 거라고 했어.” 그가 괜찮다고 말을 해도 안심이 되지 않는 건지 듣질 못한 건지. 후거는 계속해서 온 몸을 버둥대고 숨소리만 가쁘게 뱉으며 울었어. 찢어지는 바람소리에 후거의 온몸을 끌어안은 건화의 눈가도 금방 뜨거워졌지. 자신의 목소리가 후거에게 닿지 않는 것 같아 자꾸만 귓가에 정이가 괜찮다는 말을 끝도 없이 반복해서 되뇌고 진정하질 못하는 몸을 붙잡아 토닥이고. 어린 시절. 가시지 않은 공포에 발작하며 아버지에게 안겨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목구멍 아래쪽과 배 깊은 곳에 커다란 가시바늘과 쇳덩어리가 쿵 박혀 빠져나오질 않는 것 같아.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우는 후거를 보니 그 때 자신을 지켜보고 놀라 쓰러진 어머니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것 같았지. 끝없는 죄책감과 목을 죄이는 것 같은 후회.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으, 으흐으, 으..”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응? 아직 여기 있어.”


떨림이 점차 약해지자, 땀이 맺힌 관자놀이에 입을 맞춰주며 배 위에 후거의 손을 붙잡아 올렸어.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배 위에. 그 위에 올린다한들 아이의 심장박동 같은 건 느낄 수 없겠지만, 그냥 아직 이곳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거, 짓말 아니야? 유산한 거 아냐?”

“아니야. 위험하긴 했지만 유산은 아니야.”

“정말 아니야..?”

“아니야. 괜찮다니까. 후거 너도, 정이도 괜찮아.”


젖은 긴 속눈썹을 올려다보며 울먹울먹 입가를 떨어. 그러다 눈물을 꾹 참으려는지 입술을 세게 다물고 턱 아래가 바들바들 떨리고 주름이 잡혔지. 울지 않으려 애써도 눈물은 후거의 뜻을 따라주지 않는지 관자놀이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어. 눈물을 닦으려 손을 들자, 건화가 작게 고개를 내젓고는 그 손을 잡아내려.


“바늘 꽂혀 있잖아.”


티슈를 뽑아내 상기된 눈가를 닦아내고, 감았던 눈이 뜨이자 또 눈물이 아래로 뚝뚝 떨어졌어. 하얀 티슈가 젖어 금세 짙게 물들어갔지.


“유산한 걸까봐 무서웠어.”

“나도 무서웠어.”


사실 일어나지 못하는 내내 꿈속에 갇혀있었어. 새카맣게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계속해서 잃은 아기를 찾아 헤맸지. 정이와 달리 태명 하나 지어주지 못하고, 뱃속에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던 아기도. 4달을 함께 했던 정이도. 그런데 아무리 찾고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꿈속에서 조차 다시 아기를 잃었다는 설움에 쌓여 울었었어.


“이제 괜찮아. 많이 조심해야하긴 하지만.”

“....배가 아팠는데..”

“놀라서 그래. 다행히 아기 그대로고 안 떨어졌어. 나쁜 생각은 하지말자.”

“응..”


배 위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자, 건화는 눈물자국이 남은 후거의 눈가에 키스하며 어깨를 끌어안아. 괜찮아. 괜찮아. 위로하듯 계속해서 괜찮다는 말만 중얼거렸어. 비단 후거를 달래기 위함뿐만이 아니라, 그 스스로도 정말 괜찮다는 걸 이제 정말 다 괜찮다고 마음먹고 싶어서.

마른 어깨를 만지는 손길에 고개를 든 후거는 어딘가 생각에 잠긴 것 같은 그를 올려다보곤 그의 목덜미에 제 뺨을 비비며 말했지.


“아저씨 원망 안 해.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혼자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거 보니까 분명 땅 파고 있을 게 틀림없어. 문득 튀어나온 후거의 말을 돌이켜 곱씹은 건화는 희미하게 입 끝을 당겨 웃어.


“장모님 닮았네.”

“왜?”

“장모님도 너 누워있는 거 처음 보시고 나한테 하신 말씀이 그거였어.”

“당연하지. 아저씨가 잘못한 게 뭐 있다고.”


그와 대화를 하면서도 후거는 연신 제 배를 조심조심 쓸어 만지고 있었어. 건화의 시선도 후거의 얼굴에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 그 곳에 닿았지. 다른 무엇보다 정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만약에, 두 번째 마저 잃었다면 그도 후거도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순 없었겠지.


“무서웠지.”


동그란 머리통을 쓸어내리며 묻자, 배를 쓰다듬는 손도 잠깐 멈칫 굳었어.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숨을 몰아 쉰 후거가 고개를 들어 그와 가만히 눈을 마주하다가, 대꾸해.


“괜찮아.”

“안 괜찮은 거 내가 제일 잘 알아.”


많이 진정한 목소리였으나 하고 있는 말이 정말 괜찮아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건 그가 제일 잘 아는 부분이야. 고개를 흔들고 마음에 없는 말 하지 말라고 다독였지만 후거는 정말 괜찮다고 말했지.


“아니야. 그래도 나는 정이 있어서... 임신하기 전엔 왜 아기 가지면 대답도 못 할 뱃속에 애한테 그렇게 말을 거나 싶었는데, 그 때 되니까 알 것 같았어.”


하지만 그 알게 되는 방식이 너무 끔찍하니 후거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에도 웃음이 안 나와. 굳은 표정으로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후거가 먼저 말을 이었어.


“아저씨는 나보다 더 무서웠겠다.”

“....”

“그 때는 꼬맹이였고 혼자였잖아.”

“.....”

“전에, 아저씨가 옛날 생각났을 때 엄청 무서워했잖아. 그 때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 들어도, 그냥 막연하게만 느껴지고 그냥 많이 무서웠겠다. 정도로만 생각 했는데, 그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어. 아저씨 생각해서 별로 안 무서운 척 했는데 생각보다 더, 더 무서웠어.”


길게 말을 잇자 목이 마른지 이따금씩 마른기침을 하는 걸 보고 건화가 물을 따라왔어. 받아서 한 모금 마신 후거는 미지근한 물은 마신 것 같지도 않다고 투덜대더니 컵이 무거운지 놓칠 뻔한 걸 건화가 겨우 받아냈지. 이불 위에 조금 흘린 물을 티슈로 닦아내고, 정리까지 다 하고난 그가 자꾸만 딴청을 부리는 모습에 후거가 그를 불러. 아저씨. 내말 들어봐.


“듣고 있어.”

“자꾸 딴 짓 하잖아.”

“아니야. 듣고 있어.”

“...그렇게 힘든 걸 어떻게 이십년을 혼자 견디고 살았어?”

“....아픈 덴 없어?”

“허벅지 찔린 곳 아직도 아파.”

“간호사 불러 올게.”

“아니, 조금만 뒤에.”


아프단 소리에 바로 간호사를 불러오겠다는 건화를 붙잡아 말렸어.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 단 둘이. 아저씨랑 다시 만나게 되면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많았단 말이야.


“아프다며.”

“그냥 조금만 뒤에.”

“하.. 마음 같아선 너 납치한 놈 잡아서 똑같은 곳에 열 번 씩 찔러 주고 싶어.”

“나도.”

“누군지 기억 나?”


잊고 있었던 생각이 떠오르자 후거의 눈썹이 일그러졌어. 입술이 안으로 말리는 걸 보고 건화가 사과하며 괜찮다고 하자 고개를 흔든 후거는 기억을 돌이키는 듯 눈을 크게 굴려.


“누군지는 몰라. 근데 아저씨한텐 말 안 했던 거 같은데.. 가끔 집 밖에 운동하러 나가면 만나는 아저씨 있었거든.”

“언제부터 만났는데?”

“그냥 좀 됐어.. 어.. 음... 명대 위험할 때 처음 만났으니까 삼, 사 개월?”

“얼굴 기억해? 범인 찾으려면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 사진 봐야할 것 같은데..”

“응.. 근데.. 꼭 봐야하면 나중에 볼래.. 지금은 싫어.”


그 생각 하니까 머리도 아픈 것 같아. 뜨끈한 이마를 쥐고 다시 침대 속으로 파묻히려는 후거를 도와 눕혀주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은 채로 배 위를 토닥였어. 느릿하게 배 위를 두드리는 따뜻한 손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도 했었지.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

“응....”

“조금만 누워있어. 간호사가 깨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아저씨.”

“응?”


빨리 후거를 의사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후거는 자꾸만 둘이 있으려고 하니 곤란해. 깨면 바로 부르라고 했는데 깬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못 불렀잖아. 더 아픈 데 없으려면 빨리 의사가 진찰을 해야.. 하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부르는데, 안된다고 할 수가 없어.


“아저씨는, 내가 힘들다고 말 하는 거 듣기 싫어?”

“어?”

“내가 납치당한 거 너무너무 무서웠다고 하는 거 싫어?”

“그게 왜 싫어. 그런 생각 하지 마. 혹시 내가 아까 딴 짓해서 그런 걸로 보였다면..”

“아니. 아닌 거 알아.”


듣기 싫냐고 물어 보는 것에 건화가 크게 당황했어. 자신이 아까 후거가 하는 이야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딴 짓을 해댄 것 때문에 후거가 혹여나 오해를 할까봐 겁이 났지. 정말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겪어보니까, 아저씨가 왜 그렇게 트라우마가 오래 남았는지 알겠어.”

“.....”

“나는 스무 살에 겪었지만, 아저씨는 이십년간 시달린 거잖아. 혼자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후거 있잖아.”

“그러니까. 난 아저씨가 어머니께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순식간에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아.


“아저씨 힘들어하는 거 봤을 때부터 생각은 했던 건데..”

“....”

“아니 뭐.. 이건 내 생각이니까 아저씨가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거지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서..”

“.....”

“간호사 불러야 한다며. 아 간호사 부르고 엄마 좀 불러주면 안 돼? 나 엄마 보고 싶은데..”

“어? 어. 어. 잠깐만.”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있으면서, 나가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어. 엄마랑 아빠한텐 고맙다고 하고 싶었고, 건화한테는 사랑한다는 말 이전에, 건화가 트라우마를 이겨냈으면 했지. 자신이 그 상황이 되니까 알겠어. 일 년에 한번씩. 이 기분을 느껴야한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못하고, 어리광 부리지도 못하고.. 그 어릴 때부터 이십년간 겪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해. 부모님에게 털어 놓는다고 해도 그 트라우마가 한 번에 사라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후거 자신에 대입하면 그래도 좀 나을 것 같거든. 그런데도 말을 꺼내놓고는 혹시나 건화가 기분 나쁠까봐 자신감이 사라졌어. 어물어물, 말끝을 흐리다 삼천포로 빠지곤 대화를 돌렸지. 침묵하고 있던 그는 후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간호사를 부르겠다며 나갔고, 병실 안에서 혼자가 되자마자 다시 무서워지기 시작한 후거는 애써 괜찮은 듯 이불을 손끝으로 쥐어뜯으며 딴 생각에 빠졌어. 먹고 싶은 거. 병원 나가고 하고 싶은 거.


곧 바로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와 후거에게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힘든지 하나하나 물으며 체크했고, 벽에 기대서 진찰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건화는 좀 전에 후거가 했던 이야기가 그에게서 떠나가질 않아 마음이 불편했어. 늘 그가 생각만하고 시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꺼내서 인 것도 있지만. 후거가 그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걱정을 했다는 게 미안해서. 그렇게 걱정시켜서도 안 될 일이었는데. 새삼 나이만 더 많지 본인이 얼마나 겁쟁이인지 느껴져 입 안이 써. 까끌까끌한 모래가 혀 위에 잔뜩 달라붙어있는 것처럼. 


“씻을 때 허벅지 조심하시고요. 일단 이틀만 더 입원하시고 퇴원하시면 됩니다. 내일 11시에 한 번 더 정밀검사 스케줄 잡아 놓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와 의사가 나간 후 다시 단 둘이 되어 다가와 앉은 건화는 그래도 조금 혈색이 돌아온 후거의 뺨을 쓸며 배가 고프진 않냐 물었어. 며칠간 자느라 하나도 못 먹었을 텐데. 죽이라도 사올까?


“아냐, 됐어. 지금 뭐 먹으면 토할 것 같아.. 아. 엄마 불렀어?”

“곧 오실 거야.”

“아빠는 바쁘시겠지?”

“많이 바쁘신 것 같더라. 나도 요 이틀간 못 뵀어.”

“아빠 보고 싶은데.”


시무룩하게 중얼 거린 후거는 머리를 쓸어 넘기는 건화의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다가 재밌는 게 생각났는지 입술을 당겨 웃으며 배 위에 손을 올렸어.


“맞아. 정이도 엄청 아빠 보고 싶어 했어.”

“그랬어?”

“어. 하아.. 유산 안 돼서 진짜 다행이다.”

“맞아. 다행이야.”

“응. 나 조금만 잘 게. 이따 엄마 오면 깨워줘.”

“알았어. 옆에 있을 게.”

“아까 내가 말 했던 거.. 기분 나쁘면 그냥 잊어도 돼.”

“그런 걱정 하지 말고.”


내심 하면 안 될 말을 한 것 같아 계속 마음에 남아. 그런 걱정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 돼. 사실은 아직도 건화가 꼭 말을 했으면 좋겠지만, 나랑 아저씨는 다를 수 있는 거니까... 

얼마나 갇혀있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그 때 내내 보고 싶었던 건화의 얼굴을 두 눈에 가득 담고,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비비다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어. 이따 깨워줘. 알았어.

한참 자고 일어났으면서도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조금이라도 건화와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졸음을 도저히 못 이기겠어서 결국 잠에 빠져들고, 건화는 얼마든지 깨우면 일어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또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 후거의 코끝에 손가락을 대고야 안도했어. 


정이도 엄청 아빠 보고 싶어 했어.


아빠도 정이 엄청 보고 싶었어.

동그랗게 솟은 배를 보며 힐끗 웃은 건화는 다시금 무겁게 가라앉는 심정에 표정관리를 못하고 눈가를 구겼지. 후거가 잠들고 나니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도, 가습기가 뿜어내는 소리도 하나하나 귀에 거슬렸어. 그의 손엔 한참 작아지는 휴대폰을 쥐고 그의 심장에서도 쿵쿵 울리는 소리에 초침소리가 서서히 멎어갈 때 쯤. 후거가 깨지 않게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잠든 후거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무겁게 걸음을 옮겨 복도로 나왔어. 조심스레 문을 닫고, 건너편 복도의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켜 전화를 걸었어. 수화음이 뚝뚝 흐를 때 마다 손끝에 피가 가시는 기분에 그 짧은 시간동안 수십 번의 고민을 했어. 끊을까. 끊을까. 그러나 건화가 끊어버리기 전에 통화가 연결 됐지.


-그래, 건화야.

“...네. 별일은 없으세요?”

-나야 별일이야 없지. 너는? 후거 일어났어?


어머니도 오래 걱정하시느라 목소리에 피곤함이 느껴졌지. 휴대폰을 고쳐 받은 건화는 무릎 위를 손가락 끝으로 치며 부산하게 굴었어. 네. 네. 깨어났어요. 근데 좀 전에 잠들었어요.


-내일 가봐야겠네. 사돈은 오셨고?

“방금 전에 연락 드렸으니 곧 오실 거예요.”

-일어났으니 잘됐네. 아픈 덴 없지?

“네. 네...”

-그래. 알겠다. 내일보자. 너도 푹 쉬고.


아직 하려던 말은 꺼내지도 못했는데 끊으시려 해서 마음이 급해졌어. 주먹을 세게 쥐었다 편 건화는 다급하게 불렀지.


“어머니!”

-응. 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전화로 하긴 좀 그렇고.. 장모님 오시면 제가 찾아 뵐 게요.”


휴대폰을 든 손이 떨리고, 심장은 그것보다 더 거세게 쿵쾅거렸어. 근 이십년간 마주보지 못하고 등 돌리고 있었던 그의 트라우마. 어머니에게 말을 한다고 완전히 나을 거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태어날 아이 앞에서 겁먹고 작아지는 아빠로 보이고 싶지는 않아. 후거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