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2016. 7. 13. 13:34
명대가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게 된지 이주 째. 가족들 모두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었어.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저녁을 들던 명대의 형들과 누나는 흐느적흐느적 걸어와 자리에 앉는 명대를 보고 서로 눈을 마주쳤지. 무슨 일이지. 그러다 오초가 지난 후에야 아, 학교 가는 구나. 하고 명대의 최근 출석률을 떠올렸어. 출석. 출석. 출석. 출석.
“입맛 없어서 나 주스만 먹을래..”
“학교 가는데 아침밥 든든히 먹어야지.”
“됐어..”
마른세수를 하다 그마저도 졸리는지 식탁에 고개를 파묻어버려. 명경이 혀를 차며 명대의 등 위를 부드럽게 쓸었고, 누나의 토닥임은 명대를 더 졸음 속에 가두는 일 뿐이야. 어제 한시 넘어서 자서 졸려 죽겠다...
그래도 고청명과 약속한 게 있으니, -학교 꼬박꼬박 다니겠다는 거- 출석은 해야 해. 성적 이야기는 안 했으니까 가서 자도 되잖아. 대충대충 입고 나가려다가 오늘 첫 수업이 고청명 수업이니까.. 밥은 주스로 1분 만에 때워 버리고 씻고 옷 갈아입고 머리 셋팅 하느라 한 시간 이상을 보냈어. 전신거울로 흡족하게 자길 확인하고, 누나의 배웅을 받고 차에 타는데 명대의 휴대폰 진동이 웅웅 울리기 시작했어. 전화라도 온 줄 알았는데 전화는 아니었지. 후거가 연속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거였어. 잠금을 풀자마자 쏟아지는 메시지에 명대가 이마를 콱 구겨.
[아미친]
[으아ㅓㅏ어ㅏ아]
[ㅇㄹㄴㄹㄹㄴ]
[ㅇㅁ변ㄷ명ㄷ새시바]
[명ㄷㄷ대시개ㅣ야]
[죽ㄱㄱ인다]
[ㅇㄹㄴㄹㄴㅇㄹㄴ]
[ㅇㄴㄹㄴㄹㅈㄷ]
[ㅎㅇㅀㅇ휴퓽ㅀㄷㄱㄷ]
[ㄷㅁ미친ㅇㅀㄴㅀㄴ]
뭐야. 차문을 쾅 닫으며 휴대폰을 계속 봤지. 그 사이 메시지는 끝 없이 올라왔어.
[죽ㄴㄴ늗다]
[ㅅㅂ]
[ㅇ아미친개자식야]
내가 뭘 했다고 욕이야? 명대가 답장을 보내자마자 후거의 글이 빠르게 올라왔어. 와, 타자 엄청 빠르네.
차가 천천히 출발하고 학교까진 좀 걸려서 푹 잠이라도 자려고 했는데 후거 때문에 망했어. 계속 답장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통화하려고 전화를 걸었지.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통화가 연결 됐어.
-야!!
“시끄러워. 잘 들리거든?”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어제 내가...
“...입었냐?”
그래서 그렇게 욕을 했던 거야? 안 봐도 훤히 보이는 상황에 명대가 웃으며 좋아하자 휴대폰 너머의 후거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어.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맛이 가서 애가 영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네. 어제 소리 많이 지르셨나 봐요. 명대가 웃음이 가시지 않은 채로 묻자 바들바들 떨며 대답해.
-나 방금 일어났어. 아저씨도.
“축하해.”
-뭐가?
“네 남편 축하한다고. 아, 나도 입을까.”
-닥쳐...
“너무하네. 진짜 좋아했을 거 아냐. 봐. 내 말이 다 맞다니까.”
이어진 후거의 말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겠네, 오늘 하루 다 갔네, 부끄러워서 접시 물에 코 박고 싶네. 뭐 그런 이야기들이었어. 듣다보니 지금 내 앞에서 염장 지르나 싶어 대충 대꾸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후거가 삐졌을까 좀 걱정이 되긴 했지. 그래도 고청명이랑 뽀뽀가 다인 내 앞에서 말이야.. 고청명은 내가 먼저 안 건드리면 내 손도 안 잡으려고 하는데.
그 때 백화점에서 후거랑 후거남편이랑 고청명 셋이서 대치하는 걸 보니 괜히 후거랑 고청명이 키스한 게 생각나서 질투가 났어. 그래서 뽀뽀하고 튀어버린 거지. 막상 밖에 나오니까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고청명과는 차에 좀 앉아 있다가 저녁 먹으러 갔어. 내심 기대했는데 레스토랑에 간 청명은 공부 이야기나, 누님이나 형님들은 잘 계시냐, 학교는 잘 적응 했냐. 이런 이야기들만 해댔지. 시시하게.
근데 또 명대도 어쩐지 청명에게 들이대는 건 좀 조심스러워서 결국 그날 저녁은 저녁만 먹고 손도 안 잡고 헤어졌어. 초등학생 커플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영 마음이 찝찝해서 후거한텐 푹 쉬고 내일보자고 문자 남기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학교에 도착했지. 그냥 고청명 수업만 듣고 다음 수업은 째버릴래. 내가 일주일 내내 꼬박꼬박 수업 들은 걸로도 대단한 거야. 강의실에 늘 앉던 책상에 자리 잡고 후거가 앉던 의자에는 가방을 올려놓고 시간을 때우다보니 수업시간이 다가왔어. 이젠 거의 버릇에 가까울 정도로 거울 속에 머리를 정리하고 얼굴을 확인하곤 거울을 집어넣으니 수업 시각 정각이 됐고, 얼마 안 돼서 고청명이 나타났지. 진짜 한 번도 지각하는 걸 못 봤어.
사실 경제과 온 것도 고청명이 교수로 있으니까 얼굴 볼 수 있겠다 싶어 온 거지. 경제에 흥미는 요만큼도 없어. 재미도 없는 수업 꼬박꼬박 듣고 필기하는 것도 고청명 앞에서 C, D 받기 싫으니까.. 좀 똑똑해 보이고 싶은 것도 있고..
어쨌든 그래서 열을 쓰고 청명의 수업은 집중해서 듣는데 오늘따라 집중이 잘 안 돼. 하얀 스크린에 나오는 자료화면에 눈은 고정 되어있으나 정신은 영 딴 나라에 가 있었지. 동영상이 꽤 긴 편이라 오 분 넘게 초점 없는 눈으로 멍 때리고 있던 와중이었어. 저 쪽에서부터 조는 애들이 없는지 천천히 책상 사이 복도를 걷던 청명이 명대 쪽으로 다가왔어. 가까이 온 그의 인기척에 정신을 차린 명대가 장난삼아 책상 옆으로 손을 빼내 지나가는 청명의 손에 손가락을 걸었어. 자신의 검지랑 크기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그의 약지를 잡고 그가 무슨 반응을 할까 예상해봤지. 당연히 손을 빼내고 스쳐 지나갈 거라 생각했어. 명대에게 잡힌 새끼손가락을 뺀 것 까진 들어맞았는데, 그런데 원래라면 지나서며 일부러 명대에겐 더 시선을 주지 않았을 그가 그 자리에 서서 명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어. 그 감각에 장난기가 담겼던 명대의 고개가 들리고, 동요 없이 스크린을 보고 있는 청명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지.
“아...”
작게 나온 명대의 목소리는 스피커에서 흐르는 소리들에 묻혀서 사라졌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명대의 머리를 더 쓰다듬은 후 앞으로 걸어 나갔어.
“자료 화면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앞에서 봤던 동영상을 바탕으로..”
청명의 목소리가 꼭 흩어져서 들리는 것 같아. 스크린의 동영상이 사라지고, 빔 때문에 불을 꺼뒀던 강의실의 조명도 다시 켜졌는데 명대의 정신은 돌아올 생각이 없지. 방금. 고청명이 뭘 한 거지. 초점이 흐린 눈동자로 책상 위의 교재를 내려다보던 명대가 시선을 들어 칠판 앞에 선 그를 쳐다봤으나, 청명은 무심한 표정으로 매직펜으로 하얀 화이트보드에 글을 써내려갈 뿐이었어.
수업은 두 시간이나 되는데 대체 뭘 배웠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 명대의 노트에는 낙서나 다름없는 지렁이들뿐이고, 노트 맨 위의 빈 공간에는 고청명의 이름이 또박또박한 글씨로 두 번 쓰여 있었어.
청명의 수업이 끝나면 그냥 바로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빈 강의실에 앉아있던 명대는 고청명의 스케쥴을 떠올려봐. 이 다음 수업이 있던가. 아니. 명대가 알기론 두 시간 정돈 쉬는 걸로 아는데... 어차피 점심시간이고...
***
아주 오랜만에 건화보다 먼저 깨어난 후거는 냅다 베개를 들어 엎드려 누운 건화의 등을 내려쳤어. 퍽 등과 허리를 때리는 감각에 그가 눈을 떠서 반사적으로 베개를 붙잡았지. 고작 두 번 때리고 붙잡힌 게 억울해서 베개는 집어던지고 맨손으로 건화의 하얀 등을 찰싹찰싹 내리쳤어. 아씨. 피부가 하얘서 그렇게 아프게 때린 것도 아닌데 빨간 손자국이 나서 괜히 엄청난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가 된 것 같아 몇 대 때리지도 못하겠어. 손톱자국도 애초에 많이 나 있었고...
“아저씨 미쳤어?!”
“어제 일 기억 나?”
“씨... 그렇네..”
그러고 보니까 왜 기억이 나지. 아, 좀. 기억 안 났으면 할 때는 기억나고 왜 별 상관없을 땐 기억이 안 나?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고 허리 아래는 그냥 거의 감각이 없어. 건화는 맞고도 좋은지 흐물흐물 웃으며 후거의 허리를 끌어안다가, 윽. 하고 본인도 신음했지. 나 두들겨 맞은 것 같은 기분이야. 내가 할 말이거든.
시계를 확인하니 아홉시가 지난 시각이고.. 애초에 출근할 컨디션도 못 되는 바람에, 벌건 베개 자국이 난 뺨을 긁던 건화는 한숨을 푹 내쉬며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어. 기침을 콜록콜록 하고 혼을 담은 감기 환자 연기를 펼쳤지. 그 사이 후거는 반쯤 기어서 욕실로 들어갔어. 건화가 자기가 씻겨주겠다고 했지만 욕실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감당이 안 되니까 곽건화의 정신이 딴 곳에 팔려있을 때 도망쳐나왔지. 욕실 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고. 잘 때부터 아릿하게 배가 아프더라니... 안에다 싸놓고 빼내주지도 않은 거 봐. 매너도 없어. 내가 결혼을 잘 못한 거야.. 사람이랑 해야 했는데 짐승이랑 하다니... 아무도 없는데 얼굴 시뻘겋게 물들이고 한참을 갈등하다 손가락을 안에 넣어서 정액을 빼고 있는데, 문에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
“후거, 내가 해줄까?”
“꺼져!!”
건화 앞에선 잘 안하는 거친 언사도 서스럼없이 내뱉었지. 평소의 곽건화라면 험한 말 쓰지 말라고 잔소리 했겠으나, 그냥 얌전히 안방 욕실에서 나가 바깥의 욕실로 물러났어. 화난 후거를 건드리면 위험하니까.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씻고나온 후거는 옷을 입을 기운도 없어 가운만 걸치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어. 그 사이 건화가 침대 커버랑 이불들을 싹 다 갈아놨나봐. 이건 칭찬해줘야겠어. 보드라운 새 이불을 몸에 감고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휴대폰을 주워 충전기를 끼우고 바로 명대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폭탄 메시지를 보내니 곧 명대의 답장이 왔지. 얘 지 일 아니라고 멀뚱한 거 봐. 짜증나서 또 더 답장을 하다가,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더니 열만 뻗쳤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딴걸 입었을까. 침대 아래에 떨궈진 브레지어를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저거 버리고 싶은데.. 손가락 하나도 꼼짝하기 싫어. 이불 속에서 꿈틀꿈틀댄 후거는 어느새 가운을 벗어 침대 아래로 떨어뜨려버리고 넓은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러 이불을 몸에 돌돌 만 후에야 살 것 같은 표정을 지었어. 아..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온 몸에 힘이 빠져있어서 움직이기가 싫어.. 혼자서 숨만 쉬고 눈만 깜빡이는 와중에, 갑자기 아까 꿨던 꿈이 떠올랐어. 그건 무슨 꿈일까. 보통 스펙타클한 꿈을 꿔도 깨고 나면 뭉뚱그려 생각만 나지.. 하나하나 세세한 기억은 없거든. 하지만 오늘 꿨던 꿈은 마치 방금 깨어난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어. 선녀가 무슨 색깔의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이 나. 꿈에서 꺼림칙한 것도 없었으니까 나쁜 꿈은 아니겠지 뭐. 지금은 곽건화를 어떻게 골려줄지가 중요해.
“흐으..”
꿈도 그렇고.. 대체 어제 일은 왜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어. 원래 발정기 때 기억은 별로 안 남는데.. 드문드문 기억나는 거 아니곤... 근데 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억이 나. 아래가 너덜너덜해진다고 울었던 게 떠오르자 크림을 발라 촉촉한 뺨이 바로 뜨겁게 타올랐지.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럴 땐 음인인 게 너무 억울해... 그 때 정신 놓는 건 내 의지가 아니라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라고... 아무리 자기 위로를 해보지만 창피한 건 마찬가지라 이불 속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끙끙댔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숨이 막혀서 머리를 들까, 말까 고민 할 때였어. 누군가 후거가 둘둘 말고 있는 이불을 잡아당겼지.
“숨 막히겠다.”
누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당연히 건화였는데. 건화는 후거가 말고 있는 이불을 잡아당겨 후거를 침대 위로 굴렸어. 후거는 이불을 뺏기기 싫어하고, 건화는 이불을 잡아당기고, 결국 다리에 손을 딱 붙이고 있는 자세 때문에 한없이 불리한 나머지 후거가 이불을 빼앗겼지. 건화의 손에 얇은 이불이 쓱 걷혀 가는데, 벗기고 보니 알몸이라 후거가 왜 그렇게 싫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긴말 하지 않고 건화가 다시 얌전히 후거의 몸 위로 이불을 덮자 후거의 뾰족한 눈매도 조금은 가라앉았어.
“허리는 안 아파?”
“안 아프겠어?”
“미안..”
쳐진 눈끝이 한 없이 위로 올라간다 한들 고양이 같이 치켜뜬 눈매는 안 되지만, 후거의 눈에 겁먹은 척을 한 건화가 침대 위에 올라앉았지. 흥. 콧소리를 내며 후거가 그에게 등을 지며 돌아누웠어. 입안이 조금 쓰리지만 어제는 건화도 잘못한 걸 아니까 별 다른 우는 소리는 내지 않고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지. 바로 보드라운 후거의 피부가 그의 손바닥에 감겨왔어.
“만지지 마.”
“여기는 어때?”
후거의 움푹 파인 등허리를 만지던 손은 매끄럽게 아래로 향해갔어. 둥그런 두 둔덕 사이에 파인 골 쪽으로 손가락이 다가가자 움찔 몸을 떤 후거가 다급하게 그의 손을 붙잡아 말렸어.
“하지 마!”
“어제 여기 망가진다고 울었잖아.”
“으아아아아아아!! 안 들려!”
“안 닫힌다며. 닫혔는지 봐야지.”
“싫어, 하지 마!”
“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확인만 할게. 응? 우리 후거 여기 망가졌으면 어떡해.”
반성한다는 사람이 싫다는 사람 붙잡고 또 장난질이었지. 앙칼진 목소리로 싫다고 건화의 손을 짧은 손톱으로 박박 긁는데, 건화는 아프지도 않는지 이불을 걷으며 후거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어. 손바닥에 뽀오얀 엉덩이가 건화의 손에 벌어지고 그 안에 숨겨진 구멍이 드러났지.
“것 봐. 내가 괜찮아진다고 했잖아.”
“봤으면 놔 줘. 으, 진짜!!!”
붉은 빛을 띠는 구멍은 어제 후거가 울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잘 오므라들어있었어. 새삼스럽게 후거는 안 예쁜 곳이 없다 생각이 들어 어제 고생해서 조금 부어있는 항문에 키스해주려 했으나 후거가 뒷발길질을 해버려서 거기에 얻어맞고는 그냥 참기로 했지. 하마터면 잘 빠진 그의 얼굴에 멍이 들 뻔 했어.
***
마치 첩보물을 찍는 요원 마냥 살금살금 발소리가 나지 않게 복도를 걸어 청명의 연구실로 향했어. 안에 누구 있으면 어떡하지. 반대로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전화 하고 올 걸 그랬나. 문 앞에 서서 삼 분 동안 망설이다가 똑똑, 노크를 했어. 들어와요. 안 쪽에서 청명의 목소리가 들려서 명대가 어깨를 흠칫 떨며 문을 열었어. 책상 위에 앉아 프린트가 된 종이를 파일에 끼워 넣던 청명이 손님을 확인하려 고개를 들었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명대의 얼굴에 그가 안경을 벗어 내렸어.
“무슨 일이야?”
“...점심 사주세요.”
이미 먹지는 않았을 거야. 얼른 그렇다고 해.
“앞에 소파에 앉아있어. 좀 확인해야 하는 게 있어서.”
그리고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려버려. 뭐야. 내가 왔는데 그냥 그 반응이 끝이야? 아무리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다지만. 좀 섭섭한 마음도 들어 불퉁한 표정으로 문을 쾅 닫았어. 그럼 쳐다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청명은 끄떡없었어. 오히려 벗은 안경을 다시 쓰고는 하던 일에 집중했지. 흠.. 안경 쓴 건 오랜만에 보네. 흘끗흘끗 그를 보다가, 앞에 소파에는 가방만 내려놓고 연구실을 구경했어. 별 건 없지. 책장에 가득 찬 책들이랑.. 그러고 보니 고청명은 어쩌다 군인에서 교수로 노선을 돌렸을까. 전혀 매치가 안 되는데.
“오래 걸려요?”
“십오 분 정도.”
“배고픈데..”
실은 그리 배고프지 않았지만 일부러 그를 떠보려는 듯 말했어. 아쉽게도 예상가능하게 청명은 별 반응이 없지. 연구실 안을 서성이다 그마저도 흥미가 떨어져 책상 위로 시선을 던졌어.
“뭐하는 거예요?”
“수업 준비 중.”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어제 남편과 뜨거운 밤을 보냈을 후거를 생각하니 괜스레 속이 배배 꼬여. 수도승 마냥 작은 터치도 없는... 아 오늘 머리 쓰다듬어줬구나. 그건 좋았어... 아니. 아니. 어쨌든. 아직도 수도승 같은 청명이 좀 미운 마음에 그가 앉은 의자 뒤로 섰어. 집중한 청명은 뒤에 선 명대에도 아무 반응이 없더니, 명대가 뒤에서 그의 어깨를 끌어안자 조금 굽었던 허리가 바로 펴지고 어깨에도 바짝 힘이 들어가.
“토요일에 백화점에서 후거가 자기 남편 선물 할 거 사러 간 건데, 걔가 돈을 덜 가져왔더라고요. 계속 찡찡대서 제가 선물 할 아이템을 추천해줬는데 뭔지 안 궁금해요?”
“...뭔데.”
전혀 궁금하지 않은 목소리로 물어봤지.
“란제리요.”
“..란..”
“근데 그날 당일도 연락 없고 어제도 연락 없어서 결국 못 입은 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에 문자왔더라고요. 절 죽이겠다는데요. 걔 아파서 오늘 수업도 못 온 거예요. 왜 아픈 건진 말 안 할래요. 나도 란제리나 살까 봐요.”
“....”
바보가 아닌 이상 알아듣겠지. 그러나 청명은 꿈쩍도 안 해. 보리수나무 아래 수도승 같으니라고.. 일부러 그의 어깨를 더 세게 끌어안고 눈을 굴려댔지. 음.. 으음... 그 때 청명이 입술을 열었어.
“그건 왜 사는데.”
걸렸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명대는 일부러 티를 내지 않으며 연기하며 대답해.
“우리 집에 후궁들 앞에서 입으려고요.”
“후궁?”
“네. 몰랐어요? 어떤 사람이 매년 마다 제 침대로 후궁을 들여보내주거든요.”
“....뭐?”
“같이 밤을 지낸 후궁이 너무 많아서 다 기억도 안 나네.”
명대가 끌어안아도 가만히 있던 청명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어. 명대는 감고 있던 팔을 풀어내고 뒷짐을 진채로 연구실 안을 걸었지. 청명의 시선이 꼬리처럼 명대에게 따라붙었어.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론데요. 후궁들 앞에서 입어보려고요. 요새 유행하는데.”
“뭐가 유행해. 후궁이? 너 후궁이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뭘 상상하시는지 모르겠네.”
일부러 허밍까지 하며 푹신한 소파에 앉았어. 이 소파에 몇 명이나 앉아봤을까. 하나하나 따라가서 못살게 괴롭혀주고 싶네. 안경을 쓴 채로 얼굴을 팍 구긴 청명은 명대가 그 모습을 좋아하는 걸 알아서 그러는지, 다시 안경을 벗으며 미대생이 보면 연필을 들게 할 정도로 완벽한 음영을 드리우는 광대뼈 옆에 손을 괴며 명대를 응시했어. 이제야 청명의 시선이 바로 꽂혔지. 좀 기분이 나아져 명대가 일부러 눈 끝을 한 없이 내려 웃었어. 왜요?
“무슨 말을 하는 건데.”
“여기 와서 앉아 봐요.”
“대답해.”
“앉으면 후궁들 사진 보여줄게요.”
심지어 후궁도 아니고 후둥‘들’이야. 명대가 뭘 하든 명대에게 휘말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알면서도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청명은 오늘도 명대에게 넘어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가 명대 옆 소파에 앉자 명대가 선심 쓴다는 듯 휴대폰을 꺼내 갤러리에 들어갔지. 일부러 그러는지 사진을 찾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대체 내 앞에서 후궁 이야기는 왜 꺼내는데. 그리고 후궁이 누군데.
“아.. 사진이 어디갔지..”
“너 진짜 확실해?”
“가끔씩은 누나나 형들이 골라줘요.”
“...잠깐만. 뭐?”
“어제도 누나가 골라줬어요.”
누난 하얀 편이 좋대요. 이어지는 명대의 말에 무릎 위에 올라있던 청명의 손이 바지를 왈칵 구겼지. 까만색 수트 바지가 손가락에 따라 주름이 지고, 청명은 무겁게 숨을 뱉으며 눈을 감았다 떠.
“농담이야? 누님이...”
“자, 봐요.”
저러다 고청명이 진짜 이입할까봐 아까부터 떠있었던 사진을 그에게 휴대폰 채로 내밀었어. 명대의 휴대폰을 받아든 청명은, 화면 속에 보이는 사진에 볼을 움찔 떨어.
“어때요. 귀여워요?”
“....”
“누가 매년 내 생일마다 보내줘서 제가 밤마다 승은을 입혀주고 있어요.”
명대의 침대 위에 앉혀진 곰인형 사진이었어. 하도 곰인형이 많아서 명대의 방 안에 다 두는 게 힘들어지자 창고로 쓰고 있던 옆방에 하나둘씩 인형을 모았지. 사실 승은을 입혀주는 것 말고도 성질이 나거나 짜증이 날 때, 주로 고청명이 명대에게 차갑게 굴 때 속상한 마음을 인형에게 풀기도 하지만, 그건 전혀 로맨틱 하지 않으니까 베일 아래로 감춰둬야지.
“이거 말고도 엄청 많은데. 사진 더 보여줄까요? 개인적으로 회색 곰돌이가..”
“아니...”
“왜요. 더 봐요. 귀여운데. 근데 누가 자꾸 이걸 보내줄까.”
“....”
명대 손엔 가득 차던 휴대폰이 청명의 손에 들리자 터치는 될 까 싶을 정도로 작아 보여. 그 마저도 좋아 손을 빤히 보고 있으니, 귀 끝이 묘하게 붉어진 청명이 머릿속에 뭐라도 털어내는 듯 고개를 젓더니 명대에게 휴대폰을 넘겨줬어. 점심 먹으러 가자. 빠르게 나오는 말에 명대가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지.
“십오 분은 더 봐야한다면서요.”
“배고프다며.”
“어디서 사줄 건데요?”
“어디서 먹고 싶은데.”
“학교 뒤편에 샌드위치 가게 있어요.”
“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옷걸이에 걸린 자켓에서 지갑과 차키를 꺼내들어 명대를 재촉했어. 안 일어나고 뭐 해. 눈꼬리를 길게 접고 올려다보는 시선을 부러 외면하곤 그 답지 않게 급하게 굴었지.
“배고프다며. 가자니까.”
곰인형 선물 해준 게 뭐가 부끄럽다고 저렇게 안달인지. 마음 같아선 더 놀리고 싶었지만 배고픈 것도 사실이라 그냥 일어났어. 손잡고 가고 싶은 마음도 꾹 참았지. 학교에서 교수랑 학생이랑 사귀는 거 들켜서 좋을 건 없으니까. 새삼스럽게 사귄다는 단어가 몽글몽글 명대를 둘러싸는 것 같아. 간지럽네.
사실 점심만 얻어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고청명 따라 다시 학교로 돌아와 버렸어. 덕분에 강제로 이후의 수업까지 들었지. 연속 네 시간짜리 수업이라 빠지려고 한 건데... 수업을 다 듣고 나니 하늘이 회색빛이 됐어. 가만히 앉아서 수업만 들었는데 녹초가 된 것 같아 느릿하게 마지막에 빠져나와 입구 앞에 서는데 아까 수업 들을 때 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하늘에 우수수 비가 내리고 있었어. 소나기인지 빗방울도 굵고 비 내리는 소리도 커. 금세 콘크리트 바닥 위에 물웅덩이가 고이고, 유리문을 열고나가자마자 빗물이 명대의 옷에 튀었지. 아직 천장이 있는데도. 기사 아저씨는 여기 말고 주차장에 계시는데. 전화해서 이리로 와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든 휴대폰을 들었어. 명대 뒤의 문이 열리고 발자국 소리가 멎었지. 옆을 돌아보자 청명이 기다란 장우산을 펼치며 명대에게 물었어.
“우산은 어쨌어. 없으면 데려다줄까?”
고청명을 만날 거란 생각조차 없었는데 뜻밖에 그가 데려다 준다는 마법 같은 소리를 하자 명대의 눈이 크게 뜨였지. 고청명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아닐까. 후거 남편이랑 바꿔치기라도...
“아. 기사님 계시지.”
명대가 대답하기도 전에 해답을 찾은 그가 어깨를 으쓱이자마자 명대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어.
“아니요. 오늘 택시타고 왔어요.”
이제 거짓말 하는 것 정도는 입에 침을 바를 필요도 없어. 명대의 새파란 거짓말에 청명이 물끄러미 명대의 두 눈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지.
“그럼 데려다줄게.”
까만색 우산을 든 그가 가볍게 대답하며 명대의 팔을 끌어당겼어. 어깨가 맞닿고 빗물에 내려앉는 구둣발이 작게 물을 튀겼지. 명대는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욕설을 내리누르고, 수업을 듣느라 지친 온 몸에 피가 끓어오르는 감각도 억지로 참아냈지. 좋아하는 티 안 낼 거야. 안내고 싶은데... 미친.. 좋아 죽겠네.
고청명이랑 사귀는 상상은 했어도, 한 우산 같이 나눠 쓰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어.
현실이 상상을 넘나드니 손바닥 안 쪽이 간질간질하고 뒷목이 뜨겁게 달아올랐지. 근처에 주차된 청명의 차까지 걷는 길이 왜 이렇게 짧은지. 옷이나 가방이 젖든 말든 마음 같아서는 계속 걷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청명의 차에 금세 도착해버렸어. 하지만 명대가 아쉬워하기도 전에 그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명대의 머리 위에 계속 우산을 씌워주는 배려에 또 심장은 눈치도 없이 쾅쾅 뛰어다녔지. 빗소리에 묻혀서 다행이야. 차에 앉은 명대는 안전벨트를 매고 휴대폰을 들어 기사님에게 오늘 먼저 가시라고 문자를 보낸 후 시침을 뚝 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을 했어. 반대편으로 돌아 뒷좌석에 우산을 넣은 청명이 차에 올라타고, 그의 까만 머리카락에 맺힌 빗방울에 잠깐 시선을 던진 명대는 왜 자기가 손수건이나 티슈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지 한탄했어. 이럴 때 닦아 줘야하는 건데. 휴대폰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앞만 바라봤지.
비는 여전히 무겁게 쏟아졌어. 금방 지나가는 소나기일 줄 알았는데 하늘은 개일 틈이 없어보였어. 빗물을 닦아내는 와이퍼의 속도도 처음 출발할 때 보다 더 빨라졌지.
갑자기 비가 내려서 그런가, 도로 위의 차들의 속도도 평소보다 늦어서 집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그러다 앞에서 사고라도 났는지 길게 멈춰 선 차량들이 줄을 이었어. 청명의 차도 결국 한자리에 서더니 한참이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와중이었어. 계속해서 앞의 차량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다, 결국 대화가 오가지 않아 조용한 차내가 거슬리는지 그가 오디오를 틀었어. 스피커를 조금 돌리자 명대는 별로 취향에 없는 클래식이 나직하게 빗소리와 함께 울렸지. 꼭 음악도 자기 같은 거 듣네. 명대는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채로 눈꺼풀을 매만지다 손에 쥔 휴대폰에 진동이 울리기에 그대로 고개만 내려 화면을 봤어. 잠금 화면에 뜬 메시지는 후거의 이름과 함께 본문이 떴지.
[내일 학교에서 네 엉덩이 찢어놓을 거야.]
지금 후거가 겪는 고통을 그대로 설명해놓는 것 같아 픽 웃으며 화면을 다시 꺼버렸어. 답장은 집에가서 하지 뭐. 그리고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명대를 보고 있는 청명과 눈이 마주치자 놀란 명대가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어. 청명이 물었지.
“누군데.”
누구랑 문자하는 거냐고 묻는 말이잖아.
장난스럽게 질투하는 거냐, 감시하는 거냐 묻고 싶은 생각도 쏙 들어가고, 서른 넘은 이 인간이 귀여워보여서 자꾸만 입 꼬리가 스물스물 올라가. 대체 나 좋아하는 거 참고 싫어하는 척 하느라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명대가 대답 없이 웃자 청명은 바로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 봐. 자기가 질투한 게 들켜서 몹시 부끄러운 모양이지. 입술은 다물고, 얼굴은 굳어있으나 좀 전처럼 귀 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어. 곰인형이 다 무슨 소용이람. 그딴 털 뭉치들보다 눈앞의 고교수가 더 귀여운데.
청명의 오른쪽 뺨을 보던 명대는 아직까지 멈춰 서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눈앞의 차들을 확인하고 색이 옅은 제 입술을 꾹 다물었다 떼. 차도 막히고, 벌써 몇 분간 그대로인데 이정돈 괜찮겠지. 혼자서 납득한 후, 진지한 눈으로 정면만 주시하는 그의 뺨에 손가락을 가져다댔어. 구경할 것도 없는 파란색 트럭만 뚫어져라 노려보던 그의 눈동자가 뺨에 와 닿는 손길에 부드럽게 돌아가고, 명대는 안전벨트를 맨 몸을 내밀어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어. 키스엔 영 서툴러 청명의 입술 위를 혀로 핥고는 느릿하게 문지르기만 했지. 가만히 굳은 것 같던 청명은 명대가 입술을 조금 벌리자 핸들을 쥐고 있던 손을 놓고는 명대의 턱과 어깨를 붙잡아 고개를 꺾었어. 체온이 미묘하게 다른 혀가 명대의 입 안에 들어와 미끈한 안쪽 볼을 문지르곤 명대의 혀 아래쪽을 감다가 윗 천장을 건드렸어. 그의 뺨에 닿았던 손이 내려와 어깨 위를 붙잡았지. 굵은 빗방울이 내려앉았던 자켓 위가 축축해. 닿은 입술도.
길게 이어지는 키스에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고, 차 안의 공기도 점차 흐려지는 것 같고 차 천장을 시끄럽게 두드리는 빗소리마저 로맨스 영화의 삽입곡처럼 귓가에 맴돌아.
그러다 드디어 앞 차가 출발하고, 앞 차의 출발과 청명의 차는 관계가 없는지 그는 계속해서 명대의 입술 위를 문지르며 마른 어깨와 팔뚝을 매만졌어. 하지만 긴 기다림에 지친 뒤차들이 클락션을 울리다 옆으로 빠져 앞서나가자, 로맨스 영화를 중지시키는 시끄러운 소음에 청명이 먼저 입술을 떼고 차를 출발 시켰지. 아직 정신이 덜 든 명대는 좀 전의 그 자세 그대로 청명을 쭉 바라보다 젖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어.
“교수님은 왜 아직 독립을 안 했어요.”
분위기와 안 맞는 뜬금없는 물음이었지. 잠깐 눈썹을 찌푸린 청명은 성심성의껏 대답했어.
“아버지도 그렇고 누나도 따로 사는 걸 원치,..”
그가 진지하게 독립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데, 명대가 그의 말을 끊고 다시 내뱉어.
“이런 날에 교수님 혼자 사는 집에 자고 가야할 타이밍인데.”
튀어나온 대답에 어이가 없어진 그가 눈을 굴려 힐끗 명대를 보니, 자세를 바로 한 명대는 불만이라는 듯 팔짱을 끼고 앞을 노려봤지. 방금 나온 주제를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지 제법 집중한 표정이야.
“내가 자취를 할까.. 형들이랑 누나가 자취 안 시켜줄 거 같은데..”
신중하게 고민에 빠져든 명대의 옆얼굴을 보며 결국 그가 허탈하게 웃었어. 호흡과 섞인 웃음소리에 눈을 내리깔고 자취할 수 있는 확률을 떠보던 명대의 입술도 동그랗게 호선을 그리며 말아 올라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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